8억원대 방화사건 피고인 1심, 방화 혐의 무죄

이호진 기자 2023. 11. 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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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에 발생한 화재로 5개 공장·비닐하우스에서 8억원대 피해
재판부 "화재조사 등에서 방화 외 발화 가능성 모두 배제 못해"


[남양주=뉴시스]이호진 기자 = 과거에 잠시 일했던 침대공장에 불을 질러 8억원이 넘는 피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방화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박옥희)는 일반건조물방화와 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A(55)씨에 대해 건조물침입 혐의를 인정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그러나 함께 제기된 일반건조물방화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이에 따른 배상명령신청도 기각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24일 오후 4시 45분께 술을 마신 상태로 남양주시의 한 침대공장에 찾아가 사람이 없는 공장 건물에 무단으로 들어가 불을 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발생한 화재로 침대공장과 주변 공장, 비닐하우스 등이 소실돼 침대공장은 4억7400여만원의 재산피해를, 인근 다른 공장은 3억66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또 비닐하우스 2개동도 일부 소실돼 299만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했으며, 주변 공장과 비닐하우스도 외벽 등이 그을림 피해를 입었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은 A씨가 2021년 11월에 해당 침대공장에서 배송 업무를 하다가 동료 직원과의 다툼으로 4일 만에 그만둔 뒤 일당을 50만원을 받지 못한 것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피해자인 침대공장 사장 역시 화재 발생 당일은 휴무일이었고 오전에 가족이 공장에 다녀가기는 했으나 화재 발생 시간에는 공장 내에 아무도 없었다고 진술했다.

반면 A씨는 지인과 술을 마신 뒤 공장에 다시 채용해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찾아갔고, 공장에 아무도 없어 나왔을 뿐이라며 방화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이 사건조사 과정에서 확보한 침대공장과 인근 공장 폐쇄회로(CC)TV에는 당시 A씨의 행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화재 당일 공장 앞 CCTV에는 오후 4시 45분께 A씨가 처음 등장해 사무실로 사용하는 컨테이너 출입문을 잡아당기고 발로 차는 모습이 찍혔다.

직후 공장 가동 출입문 쪽으로 갔다가 돌아온 A씨는 다시 나동으로 향했고 나동 건물에 들어갔다가 26초 만에 밖으로 나와 34초 후 CCTV에서 사라졌다.

A씨가 떠난 후 약 3분 뒤 나동 창문 위쪽으로 불길이 보이기 시작했고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화재로 CCTV 작동이 중단됐다.

인근 공장 CCTV에도 A씨가 침대공장 나동을 나온 뒤부터 해당 공장의 CCTV가 화재로 작동을 멈춘 오후 4시59분까지 A씨 외에 공장에 출입한 사람은 찍히지 않았다.

소방 당국의 화재조사 결과에서는 불은 나동 전면부에서 시작됐고, 화재 원인은 전기적 요인은 시설물 훼손이 심해 판단하기 어려우나 방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재판부도 A씨의 출입 전후 해당 건물에 진입한 사람이 없었던 점과 A씨가 수사기관에서 건물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하다가 CCTV 확인 후 이를 인정한 점, ‘내가 죽으면 공소권 없는 것 아니냐’ 등 여러 의심스러운 행동을 한 점을 볼 때 방화가 아닌가 하는 의심돼 추가적인 경찰 수사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심한 현장 훼손으로 발화 원인으로 추정할만한 증거물을 발굴 감식할 수 없고 방화사실을 입증할 만한 직접적인 증거도 없어 관련기관 조사에서 화재 원인이 원인 미상으로 처리되거나 전기적 요인 발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않은 점, 당시 공장 안에 전열기구가 있어 공장 관계자 또는 제3자의 부주의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점, (다른 경로로) 제3자가 공장 내부로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들며 결국 방화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불길이 보인 창문 근처에 폴리우레탄 재질의 스펀지가 놓여 있었고 이를 태워 불을 붙였다는 수사기관의 결론에 대해서도 실험결과와 당시 현장의 조건이 다르다며 폴리우레탄 발화 온도인 415도나 화염에 의한 발화 온도 310도까지 라이터를 이용에 어떻게 불을 붙였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화재 발생 시간 전후 담배를 피운 것은 확인되나 건물에 들어갔을 때 라이터를 소지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나 신체나 의복 등에서 방화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채취 또한 이뤄지지 않았다”며 “공소장에 기재된 나동 안에서 라이터로 스펀지에 불을 붙였다는 것은 결국 이 사건 화재 발생 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4일간 근무하다 다른 직원과의 말다툼으로 일을 그만두고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범죄 동기 역시 퇴사한 후 한 번도 연락하거나 방문한 적이 없다가 갑자기 화가 나 불을 질렀다고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뚜렷한 방화의 동기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의 행의로 인해 공장에 불이 붙게 되었다고 해도 이를 고의에 의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asak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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