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광장] 건강한 뇌를 위하여

나현욱 세종충남대병원 신경과 교수 2023. 11. 7.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나현욱 세종충남대병원 신경과 교수

뇌는 몸무게의 2%를 차지하지만 몸 전체 에너지의 25%를 쓰는 중요한 장기이다. 뇌는 우리 몸에서 언어, 운동, 감각, 사고, 시각, 호흡과 맥박 등을 조절하는 컨트롤타워의 기능을 한다. 뇌가 손상되면 말을 못하거나 팔다리를 못 움직이고 감각을 느끼지 못하거나 눈에 이상이 없어도 사물을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으며 기억력과 판단력 등의 인지기능 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무엇보다 뇌는 고차원적 사고를 담당하기에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기관이다. 뇌에만 특별히 좋은 식품은 없고 치매 예방약으로 알려진 뇌 영양제도 치매 발생을 예방한다는 근거는 없다. 결국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뇌를 손상시킬 수 있는 위험요인들을 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뇌질환 중 가장 흔한 것이 뇌졸중이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뇌경색이나 뇌출혈이 생기는 병이므로 뇌혈관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음주, 비만, 운동 부족 등의 동맥경화 위험인자들을 관리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에 대한 검사와 관리가 필요하고, 더 근본적으로는 저나트륨식, 저지방식, 야채와 과일의 충분한 섭취, 저지방 유제품, 가금류, 통곡물, 콩류, 견과류, 올리브오일 섭취, 정기적인 운동, 체중관리, 금연, 금주 등이 도움이 된다. 흡연은 어떠한 경우에도 피해야 하며 소량의 음주도 음주량에 비례하여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 심장에서 발생한 혈전이 뇌혈관을 막는 경우도 전체 뇌경색의 25% 정도인데 가장 중요한 원인인 심방세동도 음주와 깊은 관련이 있다.

치매 등의 퇴행성 뇌질환은 뇌졸중과 많은 위험요인을 공유하며 추가적으로 수면이 중요하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뇌에 침착되는 것과 관련이 있는데 깊은 수면 중에는 낮 동안 신경 활동을 통해 생긴 대사 노폐물을 뇌척수액 씻어낸다. 성년기 전체에 걸쳐서 잠을 너무 적게 자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상당히 높아지며 불면증과 수면무호흡증 같은 수면장애가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의 수면시간은 전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요즘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하루 중 상당 시간을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취침 전의 디지털기기 이용은 양질의 수면을 방해한다. 해가 진 후에도 디지털기기의 불빛에 노출된 생활양식은 자연상태에서 밤에 햇빛이 사라지면서 뇌에서 멜라토닌이 분비돼 수면에 이르게 하는 과정을 방해한다. 자기 전에 태블릿으로 전자책을 읽으면 종이책을 읽었을 때에 비해 멜라토닌 분비량이 50% 이상 감소되며 수면의 양과 질도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코올을 섭취하면 몽롱하다는 느낌이 들어 수면을 위해 마신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알코올로 인한 진정상태의 뇌파는 자연적인 잠의 뇌파와 다르다. 알코올은 밤에 자주 깨게 해 잠을 조각내며 몸이 필요로 하는 렘수면을 억제한다. 카페인 섭취는 깨어있는 시간 내내 뇌 속에서 축적되는 아데노신을 통한 자고 싶은 욕구, 즉 졸음신호를 인위적으로 차단한다. 카페인의 평균 반감기가 6시간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오후 시간에 섭취하는 커피는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좋은 수면을 방해한다.

흔히 코골이로 알고 있는 수면무호흡증은 수면시간 동안 몸속의 산소포화도를 떨어뜨리고 깊은 수면을 방해하여 오랜 시간 자더라도 개운하지 않고 낮에 졸리게 하며, 만성 두통과 심뇌혈관질환, 심방세동, 고혈압, 당뇨병, 체중증가, 면역력 저하 등을 일으킨다. 수면장애는 뇌졸중과 알츠하이머병 등의 뇌질환 뿐만 아니라 암 등 인체의 주요 생리계통의 질병들과 인과관계가 잘 밝혀져 있지만 이에 대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공부에 왕도가 없듯이 뇌 건강에도 왕도는 없다. 그러나 좋은 식습관, 규칙적 운동, 적정 체중 유지, 금연, 금주, 양질의 수면과 긍정적 마음가짐 등의 생활습관 조절을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뇌질환을 예방하고 건강한 뇌를 유지할 수 있다. 나현욱 세종충남대병원 신경과 교수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