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50주년’에 우승 타이틀, 김기동 감독 “환희는 그때뿐, 과정의 경험·좋은 축구했기에 가까워져”[SS인터뷰①]

박준범 2023. 11. 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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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후 헹가래 받는 김기동 감독.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 포항=박준범기자] “환희는 그때뿐인 것 같다.”

김기동 포항 스틸러스 감독은 부임 ‘5년 차’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는 2019년 4월 최순호 감독의 뒤를 이어 포항 사령탑에 올랐다. 하위권에 머물던 포항을 단숨에 상위권으로 올렸고, 그해 4위로 시즌을 마쳤다. 이후에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한 2021시즌을 제외하면 모두 상위권 성적을 냈다. 특히 2020시즌이 끝난 뒤에는 시상식에서 역대 최초로 3위 감독으로 ‘감독상’을 받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창단 50주년’을 맞은 포항은 올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리그에서는 울산 현대에 우승을 내줬지만,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 전북 현대를 꺾고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우승에 성공했다. 우승한 뒤 본지가 김 감독을 포항에서 다시 만났다.

김 감독은 우승 후에도 생각보다 기쁨을 표출하지 않았다. 선수들이 기쁨을 만끽할 때도 뒤에서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기만 했다. “덤덤했다”는 게 김 감독의 이야기다. 김 감독은 “어떤 감독이든 우승을 한 번 해봐야 한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다. 다만 우승이라는 게 그냥 오는 것은 아니다. 과정의 경험도 있어야 하고 좋은 축구를 보여줘야 (우승에) 가까워진다고 생각한다”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제공 | 대한축구협회


김 감독이 부임한 후 포항은 ‘킹메이커’ 역할을 자처했다. 김 감독은 “3위, 2위를 계속하면서 우승 근처에 있었다. 우승하고 나서는 사실 하고 싶었던 것이지만 덤덤했다”라면서도 “경기장에서 (기쁨이) 100이었다면, 밖으로 나오면서 70으로 꺾였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더니 감흥이 하나도 없다. 생각해 보니 선수 때도 우승한 그날만 좋았다. 감독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힘들 때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처럼 환희도 그때뿐인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김 감독은 시즌이 한창일 때는 유럽 축구를 보지 못한다. 전력 분석 때문이다. 그래도 현대 축구의 ‘트렌드’는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김 감독은 “축구의 추세나 흐름은 있다. 예전에는 수비하다가 역습했다면 지금은 빌드업이 시작이다. 일본의 경우도 기술이 좋은데 상당한 전방 압박을 펼친다”라며 “라인을 내려서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앞쪽에서부터 압박을 걸고 풀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나의 축구도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술적인 부분 등 어떤 것이 필요할까를 찾는다”라고 설명했다.

포항은 K리그에서도 ‘빠른 템포’의 축구를 펼치는 팀 중 하나다. 기술뿐 아니라 체력적인 부분도 상당히 중요하고, 김 감독도 강조하는 부분이다. 3개 대회를 병행하면서도 포항 선수들이 쉽게 지치지 않는 이유다. 포항의 동계 훈련은 힘들기로 정평이 나 있기도 하다. 김 감독은 “데이터를 봐도 체력적인 부분은 우리가 나쁘지 않다. 또 75분 이후에 넣은 골이 엄청 많다”라며 “그렇다고 선수들에게 무턱대고 뛰라고 하지는 않는다. 현대 축구의 트렌드를 데이터로 보여준다. 뛰지 못하며 안 된다. 일본 J리그를 보여줄 때는 ‘우리가 못할 것이 있나’라고 말하기도 한다”라고 웃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김 감독은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라는 문구에 동의하지 않는다. 김 감독은 “기본적으로 체력이 안 되면 수비도 공격도 안 된다. 결국 체력이 돼야 한다. 그래야 계속해서 빠른 템포의 축구를 준비할 수 있다”라며 “가장 재밌는 게 ‘싸움 구경’이지 않나. 경기장에서 기술적으로 체력적으로 상대와 싸워야 한다. 몸싸움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또 몸싸움하다가도 기술적으로 빠져나가고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재미가 있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포항 구단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포항은 K리그1에서 투자를 많이 하는 팀이 아니다. 지난시즌 연봉 순위가 12개 구단 중 10위에 불과했다. 이적시장에서는 자유계약(FA) 선수를 주로 영입하고 유스 선수들을 계속해서 키워내고 있다. 김 감독은 “2013년 이후로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앞으로도 많은 투자가 있을 것이라는 걸 자신하지 못한다. 유스를 키워내고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부활시켜 조화를 이루는 것이 먼저”라며 “다만 유스도 지금 보면 전북, 수원 삼성, FC서울, 울산 현대도 많은 투자한다. 포항도 유스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쉬운 일은 아니다.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고 힘줘 말했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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