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포럼] 왜 그렇게 시간여행을 갈망하는가

이정환 한국재료연구원장 2023. 11. 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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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우주국(ESA)의 우주 망원경 ‘유클리드’가 1일 (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에 있는 케네디 우주 센터에서 우주 어둠의 비밀을 풀기 위해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되고 있다. AFP=뉴스1

(부산ㆍ경남=뉴스1) 이정환 한국재료연구원장 = 시간은 사람들 사이에서 흔히 과학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진다. 시간의 흐름은 과학의 논리와 시선으로 해석되고, 시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시해 우주의 본질 탐구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주장도 있다. 대중 철학 알리기로 유명한 김필영 박사는 자신의 저서 <시간여행, 과학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를 통해, 시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과학이 아닌 철학의 대상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 시간이 과학의 영역에 발을 들이게 된 건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이 등장한 이후부터다. 이는 빛의 속도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관측된다는 원칙에 근거해, 시간과 공간 사이의 관계를 기술한 것이다. 다시 말해, 빛의 속도는 불변하므로 시간과 공간의 개념은 관찰자에 따라 정의된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오랜 시간 사람들 사이에 화두가 되어 온 '시간여행'은 과연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만 할 것인가.

영국의 유명 소설가 H.G.웰스는 그의 대표작 <타임머신>을 통해 제법 논리적이고 철학적인 과학 이야기를 펼쳤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시간을 자유로이 이동하는 기계를 발명해 시간여행을 떠난다. 물론, 이는 과학적 시각에서 가설에 불과하다. 시간여행의 설명은 현실에서 블랙홀 외에는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블랙홀은 강력한 밀도와 중력으로 빛을 포함한 어떠한 것도 빠져나올 수 없는 시공간의 영역을 말한다. 여기서 탈출할 수 없는 경계를 우리는 '사건의 지평선'이라고 부른다. 결국, 어떠한 물체가 사건의 지평선을 넘으면 그 물체는 엄청난 영향을 받겠지만, 바깥의 관찰자에게는 시간이 극단적으로 느려져 그 경계에 절대 닿지 않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이 때문에, 어쩌면 시간여행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소설과 영화 등 여러 매체가 시간여행을 소재로 재미난 이야기를 보여주는 건, 다름 아닌 '시간'이 우리 사회에 던져주는 의미가 많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바라는 시간여행은 과거나 미래로 이동하는 걸 말하고, 이는 곧 과거를 되찾아 불만족스러운 현재를 고쳐보거나, 혹은 불확실한 미래를 찾아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하는 등의 욕망에서 비롯됐다.

미국의 대학교수이자 심리학자인 필립 짐바르도는 "시간이 선형적이고 일정해 보여도, 알고 보면 비선형적이고 변화무쌍해 미래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흔히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의 개념으로 인식되지만, 그는 이 개념이 시간의 복잡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의 저서 <타임 패러독스>에 따르면, 시간은 단순히 과거에서 현재로 흐르지 않고, 과거와 현재, 미래가 상호작용하며 형성된다. 시간을 다룬 여러 매체가 시간여행을 다루며 그 속에 인간의 탐욕이나 잘못된 시각, 그리고 시간의 역설 등을 풀어내는 이유가 여기에 존재한다.

흔히 '나비효과'로 설명되는, 과거의 시간을 비틀었을 때 현재가 뒤바뀌고 미래에 문제가 발생하는 '인과 관계의 오류', 또 과거 부모의 결혼을 막았을 때 현재의 내가 존재하지 않게 되는 '역설의 문제' 등, 과학은 객관적이고 냉철한 시각으로 시간여행의 문제를 지적할 줄 안다. 즉, 시간여행은 애초부터 과학의 논리에 의해 가능성을 차단 받고 있다는 얘기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그렇게 시간여행을 갈망하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는 것일까? 그건 바로 현재에 만족하지 못한 우리가 모두 시간여행을 통해 스스로 탐욕을 채우거나 윤리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간여행을 무기로 삼아 누군가의 개인적인 이익 실현에 나서게 된다면 그건 더욱 크나큰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시간여행은 가능과 불가능의 경계를 논하기 이전에 이를 받아들이는 우리의 자세부터 논해야 마땅하다. 과거와 미래를 향한 욕구를 내비치기 이전에 지금 살아가는 현재를 어떻게 수식할 지를 고민하고, 이를 소중하게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과학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몰라도, 과학 이전에 그 과학을 바라보는, 그리고 문제를 올바르게 직시하는 시야를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

지금은 과학을 통해 현상을 풀어가는 걸 넘어,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문제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먼저 생각하는 혜안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이정환 한국재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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