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분쟁위 조정안, 강제력 없어 갈등 현장선 외면 일쑤

박지애 2023. 11. 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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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공사비에 멈춰선 건설현장]③
건설분쟁위원회 한 달만에 80여 건 중재 신청
‘대기업-대형건설사’ 간 중재 사례는 아직 전무
“실효성 높이려면 조정안 강제할 근거 마련 필요”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치솟는 공사비로 공사현장 곳곳에서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잇따르자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실효성 논란이 여전하다. 지난 9월 주택공급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공사비 급등으로 공사 중단 현장이 늘자 이를 주택 공급에 발목을 잡는 한 요인으로 보고 직접 중재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중재할지 경험이 전혀 없는데다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을 만든다 해도 현장에서 적용해야 할 근거법 등 강제성이 없어서다. 이 때문에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내에서도 공사비 갈등을 억제할 ‘건설분쟁조정위원회’의 강제권한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건설분쟁위원회에는 지난 9월 말 발표 이후 위원회 설립 후 약 한 달여 기간 동안 약 80여건 신청을 받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접수된 사안별로 내용이 달라 공통된 기준은 없는 상태다”며 “사안별 위원회에서 논의해 중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본 절차는 건설분쟁위원회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피신청인 상대 측에 분쟁조정 신청 내용을 통지한다. 이후 양측의 의견을 청취한 후 위원회에서 서류를 열람하고 현장에 출입해 필요하면 직접 현장을 조사한다. 또 각 상황에 맞게 관계전문기관에 감정·진단·시험 등을 의뢰한다. 이후 조사 내용 등을 바탕으로 위원회 회의를 개최한 후 조정부 심사를 통해 조정안을 작성한다. 작성된 조정안이 위원회에 상정하면 위원회는 이를 의논해 당사자에게 통보한다. 통보된 내용은 15일 이내 수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국토부는 “조정안을 기반으로 최종 작성된 조정서는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고 했지만 실제 현장에선 강제력이 없다는 이유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다 이제까진 대부분 재개발,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 간의 공사비 갈등이 대부분이었던 상황에서 최근에야 수면위로 올라온 대기업과 시공사 간의 갈등은 사례가 거의 없던 상황이라 새롭게 논의를 해나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을 중재위원회가 풀어낼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사실 수백억원 대 공사비 손실이 있긴 하지만 대형 건설사임에도 소송까지 가기엔 부담이 큰 상황이다”며 “될 수 있으면 분쟁위원회를 통해 합의점을 찾으면 하는 데 강제성이 없는 만큼 실효성에선 아직 의문이 남는 상황이긴 하다”고 말했다.

국토부도 이달 초 ‘분쟁 구역 전문가 파견 및 공사계약 제도 운영 알림’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한국도시정비협회,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에 전달하고 했다. 공사비 분쟁 구역에 전문가를 파견해 신속한 분쟁 해소를 지원하는 ‘공사비 분쟁 정비구역 전문가 파견제도’와 최초 공사계약 체결 전 사업시행자를 대상으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사계약 사전 컨설팅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니 협회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달라는 요청이었다.

현장에서는 단순히 제도를 만들고 공문을 보내는 정도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부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가 한 명 보내서 해결할 간단한 일이면 분쟁이 일어났겠나”며 “제도 하나 만들고 단순히 실적 쌓기 식의 지원보다는 실제 분쟁을 정리해주는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건설분쟁조정위원회의 강제권한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정 다툼으로 가더라도 결국 조정합의로 도출되는 만큼 주택착공 속도를 위해서라도 강제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사법부가 강제권한에 대한 문제에 완강히 반대를 해왔지만 국민주거복지 차원에서라도 부처 간의 합의가 필요하다”며 “공사비 분쟁은 강제로라도 조정할 권한을 행사하는 것 이외에는 해결책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한 공사장 현장. 기사 내용과 무관.(사진=연합뉴스)

박지애 (pja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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