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바다로 새는 후쿠시마 오염수 하루 30톤 추산”

박용하 기자 2023. 11. 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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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탈핵 단체 ‘원자력자료연구실’ 마쓰쿠보 인터뷰
민변 사무실서 오염수 실태 강연 일본의 대표적 탈핵 시민단체인 ‘원자력자료연구실’(CNIC)의 마쓰쿠보 하지메 사무국장이 6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투기 대응 공개강연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수벽 새거나 지하수 유입
근해 방사성 핵종 계속 검출
ALPS로 처리한 오염수는
방류 문제서 빙산의 일각
삼중수소 농도 아직 낮지만
향후 농도 높은 분량 방류

“도쿄전력은 다핵종처리시설(ALPS)로 처리한 오염수만 이야기하는데, 사실 이 문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일본의 대표적 탈핵 시민단체인 ‘원자력자료연구실’(CNIC)의 마쓰쿠보 하지메 사무국장은 6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진행되고 있는 방사성 물질 유출 문제를 이같이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주최한 공개 강연차 이날 한국을 찾은 마쓰쿠보 사무국장은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롯카쇼무라’ 재처리시설의 가동을 두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시설에선 후쿠시마 오염수에 포함된 분량의 10배가 넘는 9700조베크렐(㏃)의 삼중수소를 방류할 예정인데, 이 문제의 심각성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향후 한국과 중국도 재처리시설 가동을 시작하면 동아시아의 바다에 걷잡을 수 없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당부했다. 다음은 마쓰쿠보 사무국장과의 일문일답.

- 오염수의 해양 방류도 이제 3회째에 접어들었다. 그간의 방류를 평가하면.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방류하며 계속 안전성을 강조해왔다. 이제까지는 비교적 삼중수소 농도가 낮은 분량을 다량의 바닷물로 희석해 방류했기에 이렇게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농도가 높은 분량도 점점 방류해야 할 테니 문제가 될 것이다. 그 후에도 오염수 방류가 바다 환경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얘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 2차 방류 후 인근 바닷물의 삼중수소 농도가 올라가는 현상도 있었다.

“도쿄전력은 현재 오염수를 바닷물에 희석한 뒤 해저 터널을 통해 원전 앞 1㎞ 지점에서 바다에 방류하고 있다. 이때 오염수가 바닷물과 섞여 균일하게 방류되지 않고 덩어리진 채로 방류되면서 삼중수소의 농도가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은 아닌가 한다. 또 도쿄전력이 삼중수소 농도를 측정하기 위한 바닷물 표본을 뜰 때 구체적으로 표층인지 저층인지 등을 설명하지 않고 있는데, 표본에 따른 차이일 수도 있다.”

- 오염수 방류 과정에서 도쿄전력은 믿을 만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하는가.

“일본인들의 도쿄전력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낮은 편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부터 시작해,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의 운영 문제가 드러나는 등 여러 차례 원전에 대한 관리 부실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 오염수를 모니터링한 자료들은 투명하게 공개했다고 보는가.

“정보는 공개했지만, 전체적인 문제는 드러내지 않고 오염수 방류에 관해서만 공개하고 있으니 사실상 자신들이 편한 대로 공개하는 것이라 본다. 도쿄전력의 방사성 물질 측정이나 공개가 합당한 것인지 객관적·독립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제3의 기관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현재 해양 방류 이외에 방사성 물질들이 유출되는 경로는.

“도쿄전력 자료에 의하면 ALPS로 처리해 방류하는 물 이외에 그냥 바다로 새어나가는 물이 하루에 30t가량인 것으로 추산된다. 제1원전 건물 내부는 방사능 오염수로 가득 차 있는데, 이것들이 차수벽의 어딘가에서 새어나가거나, 지하수에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ALPS 처리 오염수가 방류되지 않을 때에도 후쿠시마 근해에서는 계속 방사성 핵종들이 검출되고 있다.”

- 이들 방사성 물질의 농도는.

“세슘(Cs-137)의 경우 항만으로 유출되는 월 방출량이 70억~96억㏃ 수준으로 추산된다. ALPS로 처리된 오염수로 빠져나가는 양과 비교하면 1000배 이상 높은 수치다. 베타선을 방출하는 핵종들을 모두 합하면 월 2500억~2900억㏃로, ALPS 처리 오염수에 포함된 핵종들의 수십배 이상이다. 이를 보면 ALPS 처리 오염수는 빙산의 일각이다.”

- 이 문제에 대한 일본 여론은.

“일본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설명하지 않고, 오염수의 안전성이나 삼중수소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며 논점을 흐리고 있다. 이러다보니 국민들도 실태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언론들 역시 이 문제를 지적하면 한국이나 중국의 반발을 부를 수 있어 결과적으로 자국을 공격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으니 조용히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 대안은 무엇이라 보나.

“일단 사고 원전 건물로 유입되는 지하수를 최대한 막아 내부 오염수의 양을 줄이고, 이를 해양 방류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저장하는 방법이 필요할 것이다.”

- 오염수 방류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접근은 적절했다고 보는가.

“국제사회는 폐기물의 해양 투기를 방지하기 위한 런던협약을 규정하고 있는데, 일본 정부는 해저 터널을 통해 방류하는 것이 런던협약에서 규정한 해상 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꼼수에 가깝다. 한국 정부가 주변국들과 함께 런던협약을 엄격히 적용하겠다고 나서면 일본 정부도 보다 신중했을 텐데, 그러지 않았던 것이 아쉽다.”

- 일본의 이번 오염수 방류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 정부는 아오모리현에 건설 중인 롯카쇼무라 재처리시설을 내년 상반기에 가능한 한 빨리 준공하고, 이 시설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을 바다로 방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시설은 일본 내 여러 원전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를 모아 처리하는 공장인데, 연간 최대 9700조㏃의 삼중수소를 바다에 흘려보낼 예정이다. 이는 후쿠시마 오염수에 저장된 삼중수소 총량의 10배 이상이다. 삼중수소 외에도 최대 16경㏃의 크립톤85(Kr-85), 51조㏃의 탄소14(C-14) 등을 방류하게 된다.”

- 일본 정부는 왜 이 시설을 가동하려 하나.

“당초 우라늄 재활용 측면에서 재처리를 통해 분리한 플루토늄으로 고속증식로 ‘몬주’를 가동하려 했으나, 몬주 실용화에 실패하면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 상황이다. 또 국내 원전들의 사용후핵연료 저장 용량들도 한도에 달해 재처리를 할 필요성이 생겼다. 미국과의 관계도 작용했다.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와 농축 권한을 받은 바 있는데, 이를 유지하기 위해 관련 시설을 가동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 일본 내 반발은 없는가.

“없지는 않지만 크지 않다. 그동안 이 시설의 가동이 계속 미뤄져 온 것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

- 이 정도의 유해물질 방류를 국제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가.

“영국과 프랑스가 비슷한 재처리시설을 운영했는데, 당시 이들은 방사성 물질을 최소화해 방출하겠다고 강조했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란 측면에서 이를 허용했다. 하지만 총량을 따지면 막대한 방사성 물질이 방류되는 것이고, 저선량의 피폭이라도 누적되고 먹이사슬을 통해 농축된다면 영향이 있지 않나.”

- 한국과 중국도 남 일이 아니란 지적이 있다.

“한국도 파이로프로세싱(건식재처리) 연구를 하고 있고, 중국도 롯카쇼무라와 유사한 재처리시설을 짓고 있는 것으로 안다. 동아시아에서 이렇게 연달아 재처리시설이 지어져 방사성 물질을 방류하게 되면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할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한국과 중국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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