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전망 그대로인데 주가 ‘흥분’…외국인 투자금 이탈 우려[공매도 금지 ‘증시 폭등’]
외국인 중심 쇼트커버링 매수
공매도 잔량 상위 종목 급등
단기적으론 증시 호재 작용
중장기적 ‘한국 신뢰도’ 하락
외국인 자금 유입 기대 난망
외신들 “MSCI 편입 걸림돌”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첫날인 6일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5%, 7% 넘게 오르며 과열 양상을 보였다. 증권가는 공매도 금지가 단기적으로는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한국 증시의 신뢰도가 하락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탈하는 악재가 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특히 외신들은 공매도 금지가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기업 실적과 대내외 환경에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공매도 금지만으로 역대 최대 상승한 이날 증시에 대해서는 변동성 확대 우려가 나온다.
이날 주가 폭등은 공매도를 한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에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한 쇼트커버링(공매도한 주식을 되갚기 위한 매수)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상승은 외국인들이 주도했다. 따라서 쇼트커버링 물량이 소진됐을 경우에도 외국인들이 계속 ‘사자’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삼성증권이 2023년 3월 공매도 금지 이후에 대한 영향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 기간인 2020년 3월16일~6월12일 개인투자자는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순매도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 조치로 잠재적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이번 조치로 오히려 시장 전반적으로 유동성 환경이 더 악화될 수 있으며,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외국인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 과거 사례를 봐도 공매도 금지가 항상 지수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코로나19 위기로 공매도가 중단된 2020년 3월16일~2021년 5월2일 코스피는 78% 올랐다.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로 공매도가 중단된 2008년 10월1일~2009년 5월31일에는 코스피가 3% 하락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특정 이슈로 인해 공매도 잔량이 많이 쌓인 종목들이 단기적으로 가장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며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매도 규제에 의한 종목 반등은 펀더멘털(기초여건)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밝혔다.
외신들은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가 한국 증시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공매도 전면 금지로 한국 증시의 MSCI 선진지수 편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보도했다. 스마트카르마 홀딩스의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프레이타스는 블룸버그통신에 “한국의 MSCI 선진지수 편입 찬스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도 “MSCI는 한국을 선진국으로 격상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요인 중 하나로 공매도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꼽고 있다”며 “한국의 이번 조치로 한국 자본시장의 선진시장 진입이 늦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회계법인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해 노력해왔고 그 방향성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선진지수 편입이 우리가 궁극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목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결국은 자본시장의 양적·질적 발전과 투자자 보호에 목표가 있다”며 “외국인 기관의 신뢰를 얻고 MSCI 지수에 편입하기 위해 공매도 운영이 필요하다는 건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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