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AI 스타트업에 열광하는 투자업계,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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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잘나가는 벤처캐피털(VC) 사이에서 보증수표로 통하는 단어가 있다.
국내에서도 AI 관련 스타트업은 투자자들의 맹목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AI라는 단어만 붙으면 이익은커녕 매출을 10원도 못 내도 금세 유니콘(시가총액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이 될 기세다.
지금의 AI 스타트업 투자 열풍은 2~3년 전의 상황과 놀랄 만큼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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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잘나가는 벤처캐피털(VC) 사이에서 보증수표로 통하는 단어가 있다.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겨루고 알렉사와 시리가 AI 스피커 계의 왕좌를 놓고 한판승부를 벌이던 2016년으로 돌아간 듯한 모양새다.
지금 글로벌 VC들이 열광하는 AI는 분명 7년 전의 AI와 다르다.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콘텐츠를 창작해 내며, 자율주행차와 반도체, 의료 등 거의 모든 산업군에서 활발히 쓰이는 바로 그런 AI다. AI가 인류를 능가할지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감은 이제 확신이 됐다. 오갈 데 없는 막대한 돈이 AI에 쏠리는 것도 어찌 보면 필연적 현상이다.
AI에 대한 전 세계 투자자들의 사랑은 숫자가 말해준다. 리서치 회사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AI 관련 스타트업에 총 400억달러(약 52조원) 이상이 투입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에 100억달러를, 또 다른 생성형 AI 개발사인 인플렉션AI에 13억달러를 쏟아부은 날, AI 분야 투자에 대해 반신반의하던 사람들조차 마음을 돌렸다.
국내에서도 AI 관련 스타트업은 투자자들의 맹목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AI라는 단어만 붙으면 이익은커녕 매출을 10원도 못 내도 금세 유니콘(시가총액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이 될 기세다. AI 반도체 관련 스타트업들이 특히 그렇다.
이른바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의 높은 몸값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높은 몸값을 보증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엔비디아의 시총은 1조1100억달러(약 1440조원)로, 연초 이후 200% 이상 급등했다. 이런 현상을 보고 있자니 기시감이 드는 이유는 뭘까.
지금의 AI 스타트업 투자 열풍은 2~3년 전의 상황과 놀랄 만큼 닮아 있다. 미국과 중국, 홍콩 등 규모 큰 IB 시장에서 불을 붙였고, 바로미터가 될 만한 글로벌 공룡이 있고,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매출액비율(PSR) 같은 ‘전통적인’ 기업가치 산정 방식으로 몸값을 매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뿐이 아니다. 동일한 섹터 안에서 발 빠른 상위 3~4개 스타트업이 VC들의 돈을 골고루 투자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시장에 돈이 차고 넘친다.
AI 관련 스타트업들에 돈이 지나치게 쏠리는 지금의 상황은 우려할 만하다.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돈을 쓸어 담았던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이 연준의 긴축 한방에 무너져 내렸듯, 지금 몸값이 지나치게 부풀려진 AI 관련 스타트업들도 언제 어떤 변수를 만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고, 높은 기대감에 지나치게 많은 돈이 쏠린 기업은 향후 유동성 축소 등 악재를 맞았을 때 타격도 더 클 수밖에 없다.
전 세계가 유동성 파티를 벌였던 2021년과 비교해 지금 비상장사들의 기업가치는 3분의 1 정도 깎였다고 한다. 절반이나 낮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시장의 상승세를 주도했던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의 겨울은 더 춥고 혹독하다. 몸값이 고점 대비 5분의 1로, 더 나아가 10분의 1로 깎인 곳도 수두룩하다.
벌써 IB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 중 투자 심리가 크게 회복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사상 최대 수준으로 많이 쌓여있는 드라이파우더(가용 자금) 덕이다.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코로나 팬데믹 때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때일수록 특정 섹터에 대한 맹목적인 기대감으로 ‘묻지마’ 투자를 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20조원짜리 두나무가 3조원이 되고 10조원 이상을 바라보던 야놀자가 4조원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노자운 머니무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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