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취임 1년…"전문성은 긍정, 소통은 더 필요"
"답을 제시하고 의견 들어가며 처절하게 고민"
방향성 제시했다가 곤욕…서이초 사건 때 위기
소통 행보에 기대…"경청해서 정책 다듬을 때"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취임 1년을 맞았다. 두 번째 장관직을 맡고 있다는 전문성을 살려 속도감 있게 교육개혁의 밑그림을 정리했다는 점은 호평을 받지만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는 소통은 과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교육계에서는 이 부총리가 취임한 뒤 '만 5세 입학' 논란으로 전임자가 낙마하고 혼란에 빠져 있던 교육부를 빠르게 수습했다는 점은 분명한 공이라는 분석이 많다.
박순애 전 부총리가 낙마하게 된 '만 5세 입학'이 처음 선을 보인 자리는 교육부가 교육개혁의 각론들을 선보인 새 정부 업무보고였다. 설익은 정책이라는 비판 속에 수장이 낙마하면서 교육부는 교육개혁의 방향타를 잡지 못하고 3달여 동안 혼란 속에 빠져든 상황이었다.
이명박 정권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맡았던 이 부총리가 예상을 깨고 기용된 후, 교육부는 한 달여 만인 지난해 12월 전면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 부총리가 입각 전부터 소신으로 내비쳐 왔던 에듀테크의 공교육 도입을 맡을 '디지털교육기획관'(국)을 신설했다. 전통적인 대학 담당 조직들을 한시 조직인 '대학규제혁신국'으로 재편했다. 대학 정책은 교육부의 권한을 내려놓는 작은 정부 기조임을 분명히 했다.
이 부총리 취임 두 달여 만인 올해 1월 교육부는 연두 업무보고를 통해 교육개혁을 10대 핵심정책으로 다시 정의 내렸고, 올해 4월에는 ▲국가책임 교육·돌봄 ▲디지털 교육혁신 ▲대학 개혁 3가지 과제로 구체화했다.
이 부총리의 교육부는 이후 1년 동안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전 분야를 망라하는 정책 과제를 잇달아 내놨다.
박근혜 정부에서 실패했던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유보통합'도 시동을 걸었다. 보건복지부로부터 어린이집 등 보육 업무를 교육부가 가져오는 것으로 합의하면서 난관 중 하나로 꼽힌 부처 간 업무 조율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평가다. 관련 법률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다.
백지화된 '만 5세 입학'을 대신해 내놓은 '초등 늘봄학교'도 올해 1월부터 시범 사업을 시작해 현재 8개 시도교육청 459개 초등학교에서 운영 중에 있다. 에듀테크를 공교육에 도입하기 위해 지난 6월 AI 디지털교과서 추진 방안을 마련하고 개발과 검정에 시동을 걸었다.
대학 분야에서는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 절반 상당의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라이즈·RISE), 5년 간 국고 1000억원과 규제 혁신을 적용 받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을 선보였다. 문민정부 때 만들어졌던 대학 4대 요건(대학설립·운영규정)을 27년만에 전면적으로 개정한 점도 쉽지 않은 과제였다.
교육부 한 간부는 "(이 부총리는) 위기 상황이 생겼을 때 직원들을 앉혀 놓고 '답을 내요' 하는 타입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문제 상황은 이렇고 내가 생각하는 답은 이렇다'고 제시한 뒤 의견을 듣는다"며 "의견을 들어보고 수정해 가며 (방안을) 발전시켜 나간다. 개혁 과제들을 도출하는 과정이 정말 처절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재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정책본부장은 "정부 출범 초기 수장이 없던 상태로서 상당 기간을 지내오다 보니 혼란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며 "혼란을 잠재웠다는 데에서는 공이 있다고 보여진다"고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 조직에 아픔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수학능력시험 킬러문항 배제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입 담당 국장이 대기 발령됐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낙마했다.
이 부총리가 기득권을 내려놓은 일이라고 평했지만 교육부가 인사권을 갖고 있던 국립대 사무국장 정원 27명을 포기한 점은 사기 저하 우려 역시 낳았다. 국장급과 3급 20여명이 보직을 잃고 일시에 대기 발령됐다.
이 부총리가 제시한 아이디어는 때로는 큰 파장을 몰고 오기도 했다. 취임 초인 지난해 12월 언론 인터뷰에서 고교 내신 전 과목에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고1 공통과목만은 상대평가를 존치하는 지난 정부의 방안보다 더 나아간 발언이었다.
이는 성적 부풀리기와 특정 고교 쏠림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부총리는 지난달 고교 내신 전 과목에 5등급 상대평가를 도입하는 대입 개편안을 발표하며 "이상적 방안"이었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는 교육전문대학원 시범 운영 방안을 추진했으나 지난 4월 유보하기로 했고, 자율전공학부 입학생의 의대 진학 허용 검토를 시사했으나 대통령실의 질책을 듣고 국회에서 고개를 숙이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 교육계에서 이 부총리의 큰 위기로 꼽혔던 순간은 지난 9월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과 같은 달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이었다. 숨진 교사의 49재에 추모를 위한 연가나 병가, 재량휴업에 나서자는 움직임에 대해 교육부는 징계를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국가공무원인 교사의 복무를 감독해야 하는 교육부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해명도 있지만, 징계 경고가 나온 후 토요집회에 교사 20만명이 참여하는 등 추모 열기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가 많다.
이 부총리는 서이초등학교 교사 49재 추모제에서 눈물을 보였고, 이후 1주일에 한 번씩 현장 교사들을 만나 직접 교육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를 이어오고 있다. 비록 뒤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현장 목소리를 지금이라도 새겨 듣겠다는 자세에 기대를 거는 시선도 있다.
그가 취임 후 제시했던 수많은 과제는 첫 발을 뗀 것이 대부분이라 성과를 내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교육계에서는 이 부총리가 이와 같은 소통 행보를 계속해 나가고 더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전 총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책임장관으로서 대통령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얻고 있을 때와 지금의 이 부총리는 다르다"며 "현재는 정부가 정책을 독점하는 것을 사회가 인정하지 않고, 다양한 곳에서 정책 형성 과정에 참여를 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힘들더라도 지속적인 경청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교육부 사정을 잘 아는 교육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개혁의 방향을 설정하는 단계였다면 이제는 교사들과의 간담회와 같이 현장과의 깊이 있는 소통을 통해 과제를 다듬어 가는 게 이 부총리의 과제"라고 평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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