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 적립금·100원 칫솔’ 中 직구앱 습격… 퍼주기 전략에 ‘휘청’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美 시장도 잠식
저품질·짝퉁 논란 여전… 소비자 불신 한계
알리익스프레스를 시작으로 테무 등 중국 직구 애플리케이션(앱)의 국내 습격이 거세다. 초저가 상품과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중국은 한국의 해외 직구 1위 국가로 떠올랐다.
7일 기준 한국 앱스토어 무료 앱 인기차트 1위는 핀둬둬의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테무(Temu)’다. 지난해 8월 출시된 테무는 빠르게 성장하며 미국, 유럽, 일본에 이어 올해 7월 한국에 진출했다. ‘억만장자처럼 쇼핑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초저가 상품을 판매하는 박리다매를 표방한다.
테무는 출시 초기부터 최대 90% 할인 행사와 최대 수십만원의 적립금 증정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국내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반품도 1회에 한해 무조건 무료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선점한 중국 직구 시장에서 점유율을 올리려는 전략이다.
친구추천 이벤트를 통해 기존 가입자와 신규 가입자 모두에게 매일 적립금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당첨률이 높아 적립금이 끊임없이 누적되는 식이다.
테무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하는 이모(30)씨는 “처음엔 파격적인 혜택에 사기로 의심했지만 실제 배송도 잘돼 너무 신기했다”면서 “친구랑 추천인 링크 품앗이를 해서 서로 추천수를 늘려주면 룰렛 등 적립금 이벤트에 매일 참여할 수 있어 당첨금액이 적립금으로 계속 쌓이는 화수분”이라고 말했다.
◇中, 韓 직구 1위로...美 ‘5달러 치마, 9달러 청바지‘ 10대에 인기
알리익스프레스 성장세도 가파르다.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 8월 기준 월간 추정 이용자수가 500만명을 넘어서며 쿠팡, 11번가, G마켓에 이어 쇼핑앱 분야 4위를 차지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올해 3월 한국 시장에 1000억원을 투자해 물류·인프라 증설에 나섰다. 중국 업체들이 한국 진출에 적극적인 것은 지리적으로 인접해 가격 경쟁력이 유지되는 시장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중국 직구앱 이용이 늘면서 중국은 한국의 직구 시장 1위 국가로 떠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에서 이뤄진 해외 직구는 3조1628억원인데, 그중 44%인 1조4024억원이 중국 직구다.
이는 전년 상반기 6809억원에서 2배 이상 커진 것이며, 기존 해외 직구 1위 국가였던 미국(9397억원)의 상반기 기록을 1.5배 넘어선다.
중국 쇼핑 플랫폼의 인기 비결은 ‘초저가’ 상품이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로 침체된 한국 경기에 이들 앱의 인기몰이가 더 가속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에는 수백원대에서 수천원대의 초저가 일상용품이 끝도 없이 망라되어있다. 가정용품부터 의류·전자까지 다양한 생필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국내 유통업체들도 이들의 영향력 확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등 해외시장을 이미 중국 쇼핑 플랫폼이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무는 지난 3월 미국에서 아마존, 월마트를 제치고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쇼핑 앱에 등극했다. 중국의 초저가 패션 플랫폼인 쉬인은 미국에서 5달러 치마, 9달러 청바지를 내세우며 미국 10대에 인기다.
◇초저가 상품으로 인기… 짝퉁·품질 논란은 한계
일각에서는 저가 생필품 등 분야는 중국 직구 플랫폼에 아예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메이드인 차이나(Maid in China)’ 상품의 가품(짝퉁)·저품질 논란과 한 달이 넘게 걸리는 배송 문제는 여전한 장애물이다.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서 일정 수준 이상의 영향력 확대가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국감에서도 알리익스프레스의 중국산 짝퉁 상품 판매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당시 여야 의원들은 한국산 제품의 가품 사례를 이어가며 실질 대책을 요구했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대표는 “이 부분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다”며 “내부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 전체 거래량 대비 가품으로 인한 이의제기 건은 0.015%”라고 말했다.
그는 “가품을 근절하기 위해 알리익스프레스는 명확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며 “판매자(셀러)를 심사하는 시스템, 인공지능(AI) 기반 가품 식별, 지적재산권을 위반한 판매자에 대한 처벌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알리나 테무에서는 미끼상품으로 칫솔이 100원, 200원밖에 하지 않는데 국내에서는 도저히 맞출 수 없는 가격”이라면서 “저가 생필품은 결국 중국쪽이 많이 차지하게 되는 구도가 되겠지만 그 이상의 영향력 확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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