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측, 재판서 “미래의 대통령”...법원 “질문에 답을 하라”

뉴욕/윤주헌 특파원 2023. 11. 7.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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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 시각) 맨해튼 법정에서 열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민사재판 스케치 장면. 가운데는 아서 엔고론 판사, 왼편은 트럼프의 변호인 크리스 키세, 오른쪽 증인석은 트럼프. 트럼프 측과 법원은 이날 큰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AP 연합뉴스

내년 11월 5일 열리는 미국 대선을 1년 앞두고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77) 전 대통령이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81)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발표된 뒤 진행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민사재판에서 법원과 트럼프 측이 정면으로 부딪쳤다. 재판을 진행하는 판사와 트럼프 전 대통령 및 그의 변호인 모두 고성을 냈고, 재판이 끝난 뒤에도 트럼프 측은 언론에 재판부를 비판했다.

6일(현지 시각)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에서는 트럼프와 트럼프의 회사가 은행 대출을 쉽게 받기 위해 뉴욕 저택과 빌딩, 골프장 등 담보 자산의 가치를 2011~2021년 사이 최대 36억달러(약 4조 8000억원) 부풀렸다는 내용과 관련한 민사 재판이 열렸다. 이날 트럼프는 증인 신분으로 출석해 뉴욕 검찰의 질문을 받았다. 검찰은 트럼프와 그의 회사가 금전적 이익을 얻기 위해 자산 가치를 부풀리는 장기 계획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사건의 발단은 트럼프가 재판부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발언을 길게 하면서 발생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기업 재무제표 작성에 관여했는지, 2014년 재무제표가 정확한 것인지 등을 묻는 검찰 질문에 “백악관에서 중국, 러시아로부터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바빴다”면서 “‘사기 행위’는 법정에서 벌어지고 있지 내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줄곧 이 사건을 맡은 아서 엔고론 판사와 레티샤 제임스 검찰총장이 “정치적 목적으로 나를 ‘마녀사냥’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는 또 스코틀랜드에 있는 자신의 골프장과 마라라고 리조트 등의 가치에 대해서 설명하며 “나는 브랜드 가치 때문에 대통령이 됐고 브랜드 가치 때문에 책을 판다”면서 자신이 굳이 자산가치를 부풀릴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또 스코틀랜드 애버딘에 있는 자신의 골프장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골프장이 될 수 있다”면서 애버딘에 대해 “유럽의 석유 수도”라고 세 번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의 발언이 계속 되자 엔고론 판사는 “부적절하고 관련성이 없다(Irrelevant)”면서 “질문에 답을 하라”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판사가 결국 인내심을 잃었다”고 했다. 트럼프의 변호인 중 하나인 알리나 하바는 “트럼프가 긴 답변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자 엔고론 판사는 “나는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들으러 온 것이 아니다”라면서 변호인에게 “앉아라”라고 했다. 재판이 끝난 뒤 하바는 기자들에게 “오늘 자리에 앉으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판사는 테이블을 내리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다른 변호인 크리스 키세는 법정에서 “법원은 미국의 전 대통령에게, 그리고 오늘 아침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아마도 미래의 미국 대통령에게 어느 정도 재량권을 주어야 한다”고도 했다.

엔고론 판사는 트럼프의 변호인에게 “가능하다면 그 사람을 통제해달라”면서 “당신이 그를 통제할 수 없다면 내가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엔고론은 이날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재판과 관련한 발언을 법정 밖에서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쉬는 시간 재판정을 나서며 질문을 하는 기자들에게 손으로 입을 잠그는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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