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 넘어 그림 공부한 만학도…전지현 작가 "상상의 세계 그리며 치유받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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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저의 그림을 보고 가슴이 찡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무엇이든지 지금도 충분히 가능하니 '나도 도전해 봐야겠다'라는 생각을 가져보면 좋겠어요."
전 작가는 "그림을 그릴 때는 세상과 단절된다"며 "힘을 빼고 자유롭게 그리면서 몰입하다 보면 나만의 세계를 만나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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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의 흔적' 등 30여 점 선보여
"그림 보며 '새로운 도전' 생각해보길"
11월 30일까지 E&L 갤러리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나이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저의 그림을 보고 가슴이 찡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무엇이든지 지금도 충분히 가능하니 ‘나도 도전해 봐야겠다’라는 생각을 가져보면 좋겠어요.”
예순이 넘은 나이에 홍익대 미술대학원에 들어가 2년 반을 공부했다. 10년 이상 취미로 그림을 그리다 가족들도 모르게 시작한 일이었다. 취미로 시작한 그림은 곧 꿈이 됐고, 열정이 됐고, 치유를 받는 선물이 됐다. 올해 나이 66세. 낮에는 개인적인 일을 하고 밤이 되면 그림을 그린다. 바쁜 와중에도 그간 15번의 개인전과 160번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한 마디로 다작하는 작가다. 만학도로 미술에 대한 꿈을 이룬 전지현 작가의 이야기다.
전지현 작가의 16번째 개인전 ‘Invisible World’(미시계)가 30일까지 서울 서초구 E&L 갤러리에서 열린다. 5년 동안 작업해 온 비구상화와 추상화 30여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최근 E&L 갤러리에서 만난 전 작가는 “텅 빈 캔버스를 마주할 때마다 무의식의 시간으로 몰입한다”며 “이때 느낀 치유의 감정을 함께 공유하기 위해 전시를 열게 됐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주로 구상화를 그리다가 추상화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된 건 힐링의 순간을 경험하면서다. 전 작가는 통증으로 몇년간 고생을 하다 치료 후 지금은 건강을 되찾았다. 대상과 똑같이 그리려고 노력하는 구상화를 그리는 일도 재밌었지만,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상상하면서 그리는 일이 그에게는 치유의 시간이 됐다.
“마음 가는대로 그리다보니 복잡한 마음도 치유되고 더 잘 그리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어요. 그림이라는 게 결국은 인생이고, 사람 사는 모습이라는 나름의 해석을 하면서 작업을 하니 그리기가 더 쉽더라구요. 하나의 물성을 표현하는 일이 어느 순간 여행처럼 느껴졌어요. 그런 마음으로 계속해서 새로운 걸 그려나가고 있죠.”
특히 애착이 가는 작품은 2019년에 완성했던 ‘풍요’다. 커다란 도자기 윗부분에 ‘W’ 모양의 입구가 그려져 있고 아랫부분에는 복주머니를 달았다.
“비우고 나누는 게 무엇일까를 생각하면서 그렸어요. ‘W’ 모양은 여성의 가슴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풍요로움을 의미하죠. 도자기 밑이 뚫려 있는데 비우고 나면 또 다른 풍요로움이 채워진다는 의미로 복주머니를 그려 넣었어요. 수없이 지우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하면서 완성했던 작품이라 기억에 남아요.”
앞으로도 자유롭게 그리고 싶은 세계를 표현하면서 관람객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전 작가는 “내 나이가 되다 보니 그간 살아온 여정을 많이 생각한다”며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열심히 그린 작품들을 보면서 관람객들도 새로운 도전을 생각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윤정 (younsim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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