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자 신진서와 자주 겨루고 싶어”
대만 쉬하오훙(許皓鋐·22) 9단이 항저우(杭州) 아시안게임 바둑 남자 개인전을 제패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누구도 예상 못 한 그의 금메달 획득으로 대만 바둑 위상이 올라가고 최정상권 개인 판도 재편도 불가피해졌다. 아직도 환영 행사로 바쁜 쉬 9단을 2회에 걸쳐 이메일로 만났다. 다음은 인터뷰 요약.
-대만 국민들의 반응이 대단했다던데.
“바둑을 모르면서도 축하를 보내다 공부를 시작한 사람이 상당하다고 들었다. 학부모와 어린이들의 입문반 등록도 증가했다. 큰 보람을 느낀다.”
-귀국 후 총통(總統) 관저에 초대받았던데.
“차이잉원 총통께서 바둑 국가대표 팀을 불러 오찬을 함께하며 격려했다. 내 사인이 담긴 바둑판을 선물하자 기쁜 표정으로 받았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아시안게임 출전 당시 목표는?
“개인전 4강, 남자 단체전은 메달 획득이었다. 하나는 초과 달성했고 다른 하나는 목표에 못 미쳤다.”(남자 단체전 중국 상대 준결승, 일본과 치른 3·4위전서 그는 유일하게 승리했다).
-개인전서 박정환·신진서·커제를 차례로 꺾었다.
“신진서전이 가장 힘들었다. 유일하게 열세에 빠진 판이기도 하다. 흥미롭기론 박정환전을 꼽고 싶다. 인간이 잘 안 두는 수를 두었는데 대국 후 생각해도 매우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커제와 치른 결승에선 111로 우하귀 백 2점을 잡았을 때 승리를 확신했다.”
-현재 남자 기사 세계 베스트 5를 꼽는다면?
“신진서, 리쉬안하오, 양딩신, 구쯔하오 그리고 나(쉬하오훙) 순이다. 물론 나보다 훌륭한 기사도 많지만 좀 더 자신감을 갖고 싶어 포함했다.”
-한국 기사 중 가장 좋아하는 사람, 가장 대국하고 싶은 상대는?
“이창호 9단을 가장 존경한다. 어린 시절 그는 나의 우상이었다. 가장 두고 싶은 상대는 최강자인 신진서 9단이다.”
-바둑을 처음 접한 나이는.
“네 살 때 형과 함께 처음 배웠다. 어느 정도 재능을 인정받은 뒤 본격 준비해 열한 살 때 입단했다. 프로가 된 뒤엔 스승 없이 독학했다.”
-우승 경력은?
“5대 타이틀(명인 국수 십단 천원 기왕)을 포함해 국내 기전은 빠짐없이 우승해 봤다. 메이저 타이틀 9개 중 6개를 보유 중이다. 빨리 국제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 16일 개막하는 삼성화재배가 당면 타깃이다.”
-대만 바둑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현재 많은 기업이 바둑을 지원하고 있고 뛰어난 기사도 많다. 그러나 젊은 기사 대부분이 학업을 계속해야 할지 갈림길에서 방황하고 있다. 자칫 열기가 식을까 봐 걱정스럽다.”
-국제 바둑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대만도 강해졌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라이쥔푸(賴均輔·21) 선수도 크게 활약해 내게 많은 자극과 자신감을 주었다. 대만 기사들이 국제 무대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는다면 세계화도 앞당겨질 것이다.”
-지난 시즌 한국리그에 출전했는데.
“앞으로도 계속 참가하고 싶다. 대만과 한국의 상호 교류가 확대될수록 양국 모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국가 연승전인 농심배에 대만도 포함되면 좋겠다.”
-바둑 공부는 어떻게 하나.
“하루 8시간 정도 실전 훈련과 사활 중심으로 보낸다. AI는 복기와 포석 연구로 활용한다. 세계 정상권 프로와 AI는 2점이면 아직 인간이 이길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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