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북한 분석해온 CIA 출신, 탈북 다큐 제작자로 변신
“북한에 관한 보고서를 열심히 쓰고 의회에서도 부지런히 북한 상황에 대해 증언했지만 그때뿐이었어요. 대중의 뇌리에 기억을 남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영화 제작으로 잠시 눈을 돌리게 됐죠.”
탈북민 일가족의 탈북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유토피아를 넘어서(Beyond Utopia)’의 외교부 상영을 위해 방한한 수미 테리(52) 전 윌슨센터 국장은 6일 본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테리 전 국장은 미 조야(朝野)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다. 뉴욕대 정치학과, 터프츠대 플레처스쿨을 졸업한 그는 중앙정보국(CIA)·국가정보위원회(NIC)·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등에서 약 25년을 일하며 북한 분석을 해왔다.
그런 테리 전 국장이 지난 5년 이상을 북한 인권에 관한 영화 제작에 매달렸다. 영화는 탈북민 일가족의 실제 탈출 여정을 다루는데 “나도 이론으로만 북한을 알고 있었고 실체는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올해 1월 영화가 영화제에서 공개된 이후에는 본업을 잠시 미뤄둔 채 런던·토론토·서울 등 전 세계를 누비며 영화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때 이민길에 오른 테리 전 국장은 “미국 입국 직후 찾은 영화관에 ET, 소피의 선택 같은 작품이 걸려있던 것을 기억한다”며 “나는 북한 전문가이기에 앞서 1주일에 1~2번은 영화관에 가야 하는 ‘영화 덕후’였다”라고 했다. 3명의 공동 제작자 중 한 명으로 모금 활동을 하고, 스태프를 섭외하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고 한다.
영화는 1월 선댄스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며 호평을 받았고, 지난달엔 미 600여 개 극장에서 상영되는 등 ‘바람 몰이’에는 일단 성공했다. 테리 전 국장은 “내년 3월 있을 아카데미상 ‘쇼트리스트’ 15개 작품에 올라 더 많은 사람들이 보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아카데미상은 회원 수백 명의 투표로 결정되는데 이들이 영화를 보도록 만들기 위한 노력이 눈물겹다. 그는 “고급스러운 식당을 섭외하거나 화려한 파티를 주최해 소문을 낼 수도 없으니 할머니부터 손주까지 3대로 이뤄진 탈북민 가족과 이들의 구출에 관여한 김성은 목사를 대동해가며 우리의 진정성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다른 다큐 영화들이 사후 증언을 바탕으로 하는 것과 달리 우리 영화에는 재연 장면이 하나도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도 했다.
테리 전 국장은 “많은 미국인들이 여전히 북한 하면 핵·미사일이나 김정은 일가의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만을 떠올린다”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북한 인권 문제를 알리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공을 들였던 넷플릭스에서 상영할 수는 없었지만, 내년 1월 한국과 미국의 주요 OTT 서비스를 통해 영화를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한다. 테리 전 국장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현직에 있을 때 탈북민 강철환씨의 책을 읽었고 여기에 감명받아 북한 인권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며 “눈물이 많고 감성적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꼭 이 영화를 보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영화는 오전 외교부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과 직원 수백명이 참석한 가운데 단체 상영됐다. 박 장관은 “해외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보호는 외교부의 핵심 임무”라며 “이들이 강제 북송될 경우 극심한 고초를 겪게될 것을 우려해 국제 무대에서 목소리를 높여나가고 있다”고 했다. 테리 전 국장은 “윤석열 정부가 이전 정부와 비교하면 중국에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이 바른 소리를 한다고해서 결코 중국이 보복하지 못한다.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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