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처음 봐" 초등생도 새까매진 손…달동네에 뜬 경찰 가족[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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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전 10시 서울 성동구 마장동의 주택가 골목길.
취약계층 7가구에 기부한 연탄 2500여개는 경찰들이 직접 사비를 모아 마련했다.
그는 "오늘 연탄 400장을 받았는데 1~2달은 따뜻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며 "퇴직하고 마땅한 수입도 없는데 요즘에는 기름 한드럼이 32만원이 넘어서 너무 부담이다. 이렇게 경찰들이 십시일반 모여 도움을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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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으로 천천히 넘겨주세요. 180개, 181개, 182개…"
지난 4일 오전 10시 서울 성동구 마장동의 주택가 골목길. 한 사람도 지나가기 힘든 좁은 계단에 파란색 조끼를 입은 60여명이 줄지어 있었다. 아빠 손을 잡고 이곳을 찾은 6살짜리 꼬마부터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 퇴직한 지 5년이 넘었다는 65세 남성까지. 약 4㎏ 정도 되는 연탄을 품 안에 끌어안고 180개 넘는 연탄을 옆 사람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서울 성동경찰서 소속 전현직 경찰관과 그 가족들이었다. 연탄이 필요한 취약 계층을 돕기 위해 이곳에 달려왔다. 일부 경찰들은 밤새 야간 근무를 하고 이곳을 찾기도 했다. 취약계층 7가구에 기부한 연탄 2500여개는 경찰들이 직접 사비를 모아 마련했다. 이날 봉사에는 가정 폭력을 경험한 위기 가정 청소년들과 학교폭력 가해자 등 비행 청소년들도 참여했다.
마장동 일대는 서울에 얼마 남지 않은 달동네다. 이곳 주민들은 30~40년 넘게 한 곳에 머물며 추운 겨울날을 연탄으로 버티고 있었다. 골목 바닥에는 검은 연탄들이 묻어 있었고 대문 옆에는 이미 다 쓴 연탄재가 곳곳에 쌓여 있었다.
이곳 주민들은 매년 11월 초가 되면 단골 연탄 공장에 전화해 연탄을 주문하곤 한다. 하지만 워낙 급경사에 도로도 열악해 매년 배달비가 오르고 있다. 연탄 한 장 가격은 배달비를 포함해 약 1300원. 초가을엔 하루 4개, 추운 겨울날엔 8개씩 연탄을 이용하는 중장년층 노인들에겐 이 역시도 부담이다. 한 달에 240개만 주문한다고 해도 30만원이 훌쩍 넘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성동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소속 경찰들은 취약 계층에게는 도움을 주고, 위기 청소년들에겐 나눔의 경험을 알려주기 위해 이번 봉사를 추진하게 됐다.
봉사자들은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다들 손바닥과 얼굴에 연탄 가루가 여기저기 묻어 있었다. 20분 넘게 허리를 숙이며 연탄을 옮긴 탓에 여기저기서 "아이고, 허리야 "생각보다 무겁네요" 등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초등학생 아이들도 부지런하게 움직였다. 부모님을 따라 이곳을 찾았다는 김재연양 역시 고사리 손으로 연탄을 들고 어깨를 바싹 들어올린 채 조심스럽게 연탄을 옆 사람에게 전달했다. 김양은 "이번에 연탄을 처음 봤다"면서 "원래는 검은색인데 불에 타면 다른 색으로 바뀐다더라. 무겁고 힘들긴 한데 그래도 신기하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30년 넘게 살았다는 천준옥씨(77)는 창고에 가득 쌓인 연탄을 보며 활짝 웃었다. 그는 "오늘 연탄 400장을 받았는데 1~2달은 따뜻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며 "퇴직하고 마땅한 수입도 없는데 요즘에는 기름 한드럼이 32만원이 넘어서 너무 부담이다. 이렇게 경찰들이 십시일반 모여 도움을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마장동에서 50년 넘게 지냈다는 이상숙씨(80)는 "이렇게 도움을 주니 미안하고 고맙다"며 "예전엔 남편과 함께 살았을 때는 이런 걸 알아서 해주니 걱정이 없었는데 혼자 산 뒤에는 연탄도 무겁고 막막한 게 있었다. 이런 도움의 손길이 찾아올 때마다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고 말했다.
변민선 성동경찰서장은 "이번 행사가 일회성이 아닌 매년 실시하는 행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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