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우리는 국방부의 홍보용 소품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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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 틸먼이 숨지던 날 그의 소대는 적정지역 수색작전을 명령받았다.
그런데 작전 도중 소대 험비 차량 한 대가 고장을 일으켰다.
작전본부는 소대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대를 둘로 쪼개 한 팀에는 수색을 계속하게 하고 다른 팀엔 고장 차량 견인을 지시했다.
틸먼은 "조국 수호와 민주주의를 위해 적과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영웅"으로 대대적으로 미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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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 틸먼이 숨지던 날 그의 소대는 적정지역 수색작전을 명령받았다. 그런데 작전 도중 소대 험비 차량 한 대가 고장을 일으켰다. 작전본부는 소대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대를 둘로 쪼개 한 팀에는 수색을 계속하게 하고 다른 팀엔 고장 차량 견인을 지시했다. 틸먼은 수색팀에 포함됐다. 얼마 뒤 견인팀이 탈레반의 매복 공격을 받게 되자 수색팀은 견인팀을 구조하기 위해 즉각 교전 현장으로 이동했다. 틸먼은 교전 중 수색팀의 오인사격으로 머리에 세 발을 맞고 즉사했다. 견인팀 대원 중 한 명이 그의 동생 케빈이었다.
부대 지휘관은 부대원들에게 사건 진상에 대해 일절 함구하도록 명령했다. 사인을 은폐하기 위해 육군 규정을 어기고 틸먼의 군복과 수첩까지 소각했다. 틸먼은 "조국 수호와 민주주의를 위해 적과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영웅"으로 대대적으로 미화됐다. 국방부는 그에게 은성무공훈장과 퍼플하트 훈장을 추서했다.
하지만 틸먼은 이라크와 아프간 현지에서 자신이 치르던 전쟁에 대한 심한 회의에 빠져든 상태였다. 그는 이라크전쟁의 명분을 의심하며 “빌어먹을 불법(fucking illegal)”이라고 일기에 썼고, 자신이 전사라도 하면 군이 자신을 선전 모델(post boy)로 활용할지 모른다며 숨지기 직전 한 전우에게 “나는 그들이 나를 거리 퍼레이드에 세우지 않기를 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잇따른 언론보도와 TV 추적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틸먼의 사인에 대한 미 육군 공식 보고서가 허위이며 군 지휘부가 진상 은폐 조작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보도됐다. 미 국방부는 2007년 3월에야 아군 오인 사격이 사인이라는 사실을 처음 인정했다. 동생 케빈은 미 하원 청문회에서 이렇게 증언했다. “국방부와 정부의 속임수는 가족에 대한 모욕이자 전 국민에 대한 기만행위였다.(…) 우리는 국방부의 홍보용 소품일 뿐이었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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