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재진기준 완화, 비대면 환자 범위 대폭 확대”

조백건 기자 2023. 11. 7.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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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 질병’ 규정 삭제 검토
5월 30일 백재욱 도봉구의사회 총무이사가 서울 도봉구의 한 의원에서 비대면 진료 실행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정부는 환자들이 처음에만 병원을 찾아 대면 진료를 하고, 이후 1~2개월은 같은 병원에서 병명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 비대면 진료 대상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정부가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환자 범위를 대폭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6일 확인됐다. 현재 비대면 진료 대상을 재진(再診·추가 진료) 환자로 사실상 규제하면서 비대면(원격) 진료 플랫폼 사업에 나선 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다. 택시 호출 서비스 업체 ‘타다’처럼 의료 신사업 업체들도 규제에 막혀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대면 진료는 지난 6월부터 시범 사업 중인데, 특정 질병으로 처음 병원을 찾은 초진(初診) 환자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대면 진료만 받아야 한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재진 환자 중심’이란 원칙은 지키면서도 재진 기준을 완화해 비대면 진료 대상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정부 지침은 만성 질환을 제외한 질환의 경우, 치료가 끝난 후 30일 이내에 같은 질병으로 같은 병원(의사)을 재방문했을 때만 재진 환자로 인정하고 있다. 30일 이내에 치료받은 병원을 다시 방문했어도 다른 질병으로 왔다면 초진 환자로 본다는 것이다.

그래픽=이지원

정부는 이런 재진 기준 중에서 ‘동일 질병’을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병원을 재방문한 환자가 동일 질병을 앓고 있는지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아 비대면 진료 대상이 되는지를 놓고 현장에서 혼란이 있었다”고 했다. 질병 종류에 관계없이 치료 종결 후 일정 기간 안에 같은 병원을 찾는다면 재진 환자로 보고 비대면 진료를 받게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한 환자가 열이 나고 구토를 해 병원에서 감기 진단을 받은 뒤 2~3주 뒤에 비슷한 증상을 보여 같은 병원에 비대면 진료를 신청한다면 현재 기준에선 문제가 될 수 있다. 지금 증상의 원인이 감기가 아니라 장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사 진료를 받기 전에는 정확한 병명을 알 수 없는데도 진료 전에 ‘동일한 질병’이란 사실이 입증돼야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 셈이다. 일부 의사가 “동일한 질병인지 확신할 수 없다”며 비대면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사유도 된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가 해외 사례를 검토했더니, 주요국들은 병명과 상관없이 일정 기간 안에만 비대면으로 진료 요청을 하면 재진으로 분류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복지부는 또 재진의 조건인 ‘병원 재방문 기간(30일 이내)’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을 늘리는 것이다. 각 분야 전문가들을 포함한 정부의 ‘비대면 진료 시범 사업 자문단’도 최근 “30일 이내라는 기간은 너무 짧다” “최소 두 배로 늘려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를 복지부에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추진 안이 확정되면 환자들은 처음에만 병원을 찾아 대면 진료를 하고, 이후 1~2개월은 자유롭게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그만큼 비대면 진료 인원이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의료계는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병명과 상관없이 기간으로만 재진 여부를 판단하면 오진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의 재진 기준은 국민 건강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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