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선 쓴 약 먹은 與, ‘국토 재설계·주식·청년’ 이슈 선점

김정환 기자 2023. 11. 7. 03: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연일 정책 드라이브 걸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7% 차 참패를 겪은 뒤로 ‘메가 서울’ ‘공매도 금지’ ‘3040 비례대표’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선거 승리 후 주춤하는 사이 민주당 지지 혹은 중도층의 다수를 이루고 있는 3040세대 같은 젊은 층을 끌어올 수 있는 국토 재설계·주식·청년 이슈를 선점하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6일 부산 5선 조경태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를 출범했다. 가칭은 ‘수도권 주민 편익 개선 특위’였는데, ‘수도권’을 삭제했다.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출발로 하는 ‘메가 서울’ 구상을 ‘메가 부산’ ‘메가 광주’ 등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단순히 부동산 표심을 노린 게 아니라 국토 재설계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설명이다. 조경태 의원은 본지에 “주민이 원한다면, 부산과 광주 등에도 메가시티를 만들어 지역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메가 서울’ 관련 수도권 민심을 파악하는 여론조사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아직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는 정도는 아니지만,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선 서울 인접 지역들이 서울로 편입되면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 심리도 표출되고 있다. 당 관계자는 “김포가 서울로 편입되는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게 우선이지만, 일단 전국 부동산 이슈는 주도한 셈”이라고 했다.

국민의힘과 정부가 지난 5일 발표한 공매도 금지는 개인 주식 투자자 1400만명의 표심을 얻기 위한 승부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매도는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팔았다가,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사서 시세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자금력이 있는 기관이나 외국인이 주로 한다. 적정 주가를 찾아가게 한다는 순기능도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공매도 때문에 오를 만한 주가가 안 오른다”는 불만이 컸다. 지난 정부에서도 금지를 검토했지만 외국인 이탈 가능성 등의 우려 때문에 시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 정부에선 전격적으로 이를 금지한 것이다.

서울·김포 “편입 공동연구” - 오세훈(왼쪽) 서울시장과 김병수 김포시장이 6일 ‘김포시 서울 편입’ 관련 논의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국민의힘은 이날 당 정책을 총괄하는 유의동 정책위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지역 필수 의료 혁신 TF’도 발족했다.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해 지역 필수 의료 인력을 확보한다는 것으로 민주당도 이미 찬성 입장을 냈다.

국민의힘은 취약점인 젊은 층과 여성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인요한 당 혁신위원장은 이날 채널A 라디오쇼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세대교체도 하고, 나라에 희망이 생기려면 청년들이 들어가야 한다. 비례대표 나이를 내리는 것을 의무화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며 “30~40대로 최소한 내려야 한다”고 했다. 앞서 인 위원장은 위원장 포함 혁신위 13명 중 8명을 20~40대로 구성했고, 여성은 7명을 넣었다. 이날 출범한 당 총선기획단에는 비당연직 위원에 조은희 의원 등 여성 3명, 30대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 등 2명이 청년 몫으로 들어갔다.

정치권에선 여당의 ‘다음 카드’가 뭔지에 대한 관심도 쏠린다. 일각에선 상속세 완화 방안도 거론된다. 그동안 세계 최고 수준(최고 60%)인 상속세 부과로 유능한 기업을 해외로 내몬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자체 여론조사에서 중산층에서도 상속세율 완화에 긍정적인 응답이 많았다고 한다. 이 외에 통신비 절감 방안 문제 등도 여당의 민생 정책 중 하나로 거론된다. 사실상 과점 상태인 통신시장의 경쟁을 촉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메가 서울’처럼 나라가 들썩이는 굵직한 정책 못지않게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세심한 정책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야는 내년 4월 총선까지 마라톤 경주를 하는 셈”이라며 “지금 당장 이슈를 선점했다고 해서, 일회성에 그쳐선 안 된다. 국민이 공감하는 후속 이슈도 꾸준히 내는 정당이 총선에서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