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지방시대와 ‘메가서울’
대통령 지역육성 ‘엇박자’…총선 전략이라면 접어야
국민의힘이 경기도 김포를 서울에 편입하는 ‘메가시티 서울’을 내년 총선 전략으로 내놓으면서 전국이 시끄럽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를 겪은 지 한달도 채 지나지 않은 여당이 내놓은 전략치고는 궁색하기 짝이 없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30일 경기도 김포에서 열린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김포시를 서울시로 편입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서울의 전체적인 발전을 볼 때 김포 땅이 확보되면 편향된 것을 시정할 수 있는, 동서남북 간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해외 사례들을 참고하면 인구 대비 면적으로도 서울시의 면적을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의 생각대로라면 서울과 이웃한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도 서울시에 편입하는 게 맞지 않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김포의 서울시 편입 추진으로 하남 광명 구리 안양 부천 성남 등도 ‘메가서울’에 끼워달라며 들썩거리고 있다. 편입을 찬성하는 김포 주민은 집값 상승과 교통 편의 등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구역 조정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생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고 이해관계도 다양한 만큼 충분한 시간을 두고 논의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갑작스레 김포의 서울 편입안을 내놓은 것은 여당의 총선 전략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하며 수도권 위기론이 확산하자 김포의 서울 편입론을 띄워 수도권 민심을 잡겠다는 계산이다.
원래 메가시티는 수도권 일극 체제의 대한민국을 동남권, 호남권 등 다극 체제로 전환해 국가 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나온 개념이다.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메가서울’은 서울공화국을 공고히 할 뿐이다. 김 대표는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에 추진했던 ‘부울경 메가시티’를 선거용이라며 비난했다. 그런 그가 ‘메가서울’을 추진하는 것은 내로남불 아닌가.
무엇보다 ‘부울경 메가시티(특별연합)’를 엎은 국민의힘 부산 국회의원들이 ‘메가서울’ 총대를 메고 나선 모양새가 마뜩잖다. 5선의 조경태(사하 을) 의원은 김포시의 서울 편입 방안을 논의하는‘뉴시티 프로젝트 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박수영(남구 갑) 의원은 세계 주요도시와 서울을 비교하며 서울 확장론을 주장했다. 수도권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해운대 갑) 의원도 메가서울 지지 발언을 했다. 김 대표 지역구인 울산도 청년과 여성의 이탈에 따른 심각한 인구유출로 고통받고 있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부울경이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양대축으로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하지만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박완수 경남지사가 재검토를 주장하면서 지난해 10월 무산됐다. 이후 지난 2월 국민의힘이 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부산시의회가 부울경 특별연합 규약 폐지를 의결했다. 부울경 메가시티가 좌초될 때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국민의힘 의원들이 ‘메가서울’ 선봉장에 나선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수도권 집중을 심화하고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정책에 왜 지역 의원들이 나서는지 배신감을 느끼는 시민이 많다.
부산 정치권에서 대안으로 제기된 경남 김해·양산의 부산 편입안인 ‘메가부산론’도 희망사항일뿐이다. 홍태용 경남 김해시장은 6일 “생뚱 맞고 황당한 발상”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부산을 비롯한 비수도권 민심을 달래려 여러가지 안이 나오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날 비수도권도 메가시티를 원하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메가서울’부터 하고 비수도권도 주민이 원할 경우 메가시티 조성을 추진하겠다는 여당 대표 말은 공허하게 들린다.
여당의 ‘메가서울’ 전략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기조인 ‘이제는 지방시대’와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윤석열정부가 지난 1일 역대 최초로 지방분권 5개년 계획과 균형발전 5개년 계획을 통합해 종합계획을 밝혔으나 여당의 모습을 보면 현실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공교롭게도 한국은행은 지난 3일 ‘메가서울’ 개념과 반대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한은 조사국 지역경제조사팀의 ‘지역 간 인구이동과 지역경제’를 보면 올해 기준 우리나라 인구 절반 이상(50.6%)이 국토에서 불과 11.8%를 차지하는 수도권에 모여 살고 있다. 수도권 집중현상은 청년층(15~34세)의 순유입이 늘어난 것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실질임금 고용률 문화예술활동 불균형이 점차 심화하고 있다. 이는 저출산 문제를 야기한다는 게 한은 분석이다. 여당은 ‘메가서울’이 수도권 집중화를 부채질하는 ‘망국적 아이디어’라는 연구결과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모양새다. ‘메가서울’은 총선 전략으로 쓰다 버리는 카드가 아니다. 눈앞의 표 계산에만 골몰해 즉흥적으로 추진한다면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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