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 항산항심] 공사 현장의 경영 ‘찐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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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협의에 이은 기초 토목 공사, 내부 골조와 외부 마감 공사, 마당과 울타리를 포함한 조경 공사까지 챙길 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A사장의 말은 스스로와 작업팀에게 자부심과 목적을 부여한다.
기업 경영의 나침반이다.
A사장에게서 배우는 경영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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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협의에 이은 기초 토목 공사, 내부 골조와 외부 마감 공사, 마당과 울타리를 포함한 조경 공사까지 챙길 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건축 자재에서부터 문고리와 스위치까지, 크고 작은 모든 걸 고르고 정해야 했다. 그렇게 집을 새로 지었다. 그중 마당 공사를 맡았던 40대 중반 A사장. 작업 틈틈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1. “일을 빨리 끝내면 일당의 절반을 추가로 지급합니다.” 나흘 걸릴 일을 사흘 만에 끝내면 3.5일치의 일당을 준다는 얘기. 그러니 인부들의 작업 속도가 빨라진다. 빨리 이 일을 끝내고 다른 현장을 가면 그만큼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니 작업을 늦출 이유가 없다. 단순히 빠른 작업을 유도하는 게 아니다. 인부들의 열정과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스스로 깨닫게 한다. 그들의 노력을 존중하며, 목표 달성에 대한 그들의 기여를 인정하는 거다. 공사 현장에서 배우는 경영의 지혜다. “사장 혼자 돈을 다 챙기면 현장 인부 입장에서는 일을 빨리 끝낼 이유가 하나도 없지요. 당연히 나누어야죠.”
#2. “유선 장비와 무선 장비가 있다면 저는 무선 장비를 선택합니다. 돈 좀 아끼려고 유선 장비를 사면 작업 효율이 떨어져요. 장비 구입에는 돈 안 아낍니다.” 장비만 한가득 실린 전용 특수차를 보여주던 A사장의 말이다. 고급 장비 확보를 통한 업무 효율 제고다. 기업 경영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더 나아가 ‘AI 트랜스포메이션’을 얘기하는 요즘이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어지러울 정도다. 급격한 시장 변화에 발맞추어 적시의 기술 도입과 투자가 중요하단 얘기다. 기술의 도입은 단순히 작업 속도를 높이는 걸로 끝나지 않는다. 전체적인 업무 효율을 향상시킨다. 도구로서의 ‘기술의 힘’을 이해하고, 이를 업무에 접목하여 효율성을 높이는 거다. 세상은 저만치 달리듯 바뀌는데, 있던 자리에 가만히 서서 하던 대로만 해서는 성과가 날 리 없다.
#3. “우리가 지역의 얼굴이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일합니다.” 지역에 와서 집을 짓는 사람들은 서울이나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사람들이 지역에 와서 제일 먼저 만나는 사람들 중의 하나가 자기 같은 공사 현장 사장들이라는 거다. 아닌 게 아니라 맞는 말이다. 주택 시공과 보수 같은 공사는 누가 하느냐에 따라 퀄리티가 천차만별이다. 어떤 사장은 합리적인 금액으로 꼼꼼하게 공사를 하는가 하면, 또 어떤 사장은 더 많은 돈을 지불했음에도 결과가 엉망진창이다. 그렇게 덤터기를 쓴 건축주가 그 지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기는 쉽지 않을 터. 어찌 보면 공사업체 사장이 해당 지역의 마케터이자 홍보대사인 셈이다.
A사장의 말은 스스로와 작업팀에게 자부심과 목적을 부여한다. 단지 돈만 많이 벌겠다는 표피적인 목표가 아니다. 세상에 어떤 가치를 더해줄 것인지에 대한 일의 목적이다. 삶의 철학이다. 기업에서는 이를 비전과 미션이라 부른다. 기업 경영의 나침반이다. 조직의 방향이 거기에 달려서다.
#4. 인상 깊었던 것은 A사장의 리더십이었다. 공사 현장 사장은 돈으로 인부를 사서 일을 주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현장에서도 가만있지 않았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인부들을 ‘형님’이라 부르며, 함께 일하고 함께 먹었다. 겸손과 솔선수범. 리더로서의 중요한 경쟁력이다. “내가 돈을 준다고 거드름 떨면 어떤 인부들이 좋아하겠어요? 다들 경력이 30년이 넘은 분들인데요. 오히려 사장인 제 입장을 더 챙겨줍니다.” 아닌 게 아니라 현장 나이 든 인부들은 그를 사장으로 대한다기보다는 살가운 후배처럼 대했다. 거래 관계가 아닌 거다. 그러니 인부들에게 작업 현장은 누가 시켜서 하는 ‘남의 일’이 아니다. 스스로 알아서 하는 ‘나의 일’이 된다.
시간(일당 추가 지급)과 기술(장비 혁신), 마음(자부심과 일의 목적)과 행동(겸손과 솔선수범)의 마법. A사장에게서 배우는 경영의 지혜다. 역시나, 이유 없이 잘되는 집은 없다. 아직 젊은 나이임에도 장비를 다섯 대나 굴리며 왕성하게 현장을 누비는 A사장. 책으로 배운 경영이 아니다. 몸으로 부대끼며 배운 경영이다. 누군가 경영을 ‘이야기’할 때, 그는 경영을 ‘실천’한다. ‘앎’을 넘어 ‘삶’으로 보여주는 그는, 그래서 ‘찐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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