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럼] 백내장·녹내장과 의료계 ‘질환’
최근 의료 체계와 의대 정원에 대한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의학 발전과 병원 접근성이 우수하고, 건강실현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구축돼 있어 국민의 기대수명이 높은 국가 중의 하나다. 그에 따라 노인성 만성질환의 유병률이 점점 증가하고, 대부분의 의료가 노인성 질환과 질병의 조기 발견 및 치료에 집중된다. 안과 분야 역시 마찬가지인데 백내장과 녹내장은 대표적인 노인성 안과 질환으로 대부분이 아는 병명이지만 그 차이를 정확히 사람은 많지 않다.
백내장은 눈 속에 있는 카메라 렌즈와 같은 수정체가 다양한 원인에 의해 혼탁해지는 질환이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이 혼탁한 수정체를 제대로 투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진행되면 안개 낀 듯한 시력 저하가 유발된다. 가장 흔한 원인은 노화로 대개 50대 이후에 발병하고 70대 이후에는 적지 않은 비율로 수술이 필요하다. 노화가 가장 흔한 원인이지만 흡연, 자외선 노출 등이 수정체의 단백질을 변성시켜 백내장 유발을 촉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외상, 장기간의 스테로이드 사용, 당뇨병 등도 백내장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적된다. 국내에서는 많은 환자가 백내장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받기 때문에 백내장으로 실명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세계적으로는 아직도 중요한 실명의 원인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한 전신 질환으로 건강이 좋지 못하거나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 수술의 난도가 높아지므로 드물게 실명하는 환자가 있다.
백내장을 궁극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은 수술이다. 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과정까지를 말한다. 최근 인공수정체와 연관된 광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단순히 혼탁해진 수정체를 교체하는 것을 넘어 굴절이상을 교정하고 어느 정도의 노안까지도 효과적으로 교정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백내장은 생활에 불편을 초래하는 시력저하가 있을 때 주치의와 상의 후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 심하지 않은 백내장을 시력개선 혹은 노안 교정을 목적으로 수술하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외상성 백내장이나 포도막염으로 유발된 백내장, 기타 전신질환 등으로 발생한 백내장은 수술 후 합병증 빈도도 높고 수술 후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큼 일반적인 백내장 수술보다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녹내장이란 한자어를 풀어 보면 ‘눈이 녹색으로 변해 시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녹내장, 즉 ‘glaucoma’는 옅은 청록색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glaukos’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그러나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눈동자 색이 푸르게 변하는 녹내장은 없다. 녹내장은 여러 원인으로 시신경이 서서히, 만성적으로 손상되면서 시야가 점점 좁아지다가 결국 실명에 이르는 무서운 질환이다.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으므로 안구 표면만 관찰하는 간단한 안과 진료만으로는 녹내장을 진단할 수 없다. 한번 손상된 시신경은 재생이 불가능하므로 조기발견과 예방이 중요한 질환이다. 녹내장 환자의 시야는 주변부터 손상돼 점점 손상이 중심부로 확대된다. 따라서 초기에는 증상이 없고 병이 상당한 정도로 진행이 되어서야 자각증상을 호소한다. 이 정도가 되면 치료 효과가 높지 않고 치료해도 실명에 이를 수 있으므로 조기 발견과 치료가 필요한데 녹내장의 치료는 안압을 정상범위로 낮추고 시신경을 보호하는 약물 점안 치료가 주를 이룬다. 점안약제로 녹내장을 늦출 수 없으면 섬유주절제술이나 밸브 삽입술 같은 수술을 시행하는데, 안압하강 효과가 입증돼 널리 시행되는 수술이지만 수술 후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백내장 녹내장은 잘 알려진 질환이지만 정확하게 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또 막상 진단을 받으면 적잖게 당황한다.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좋은데 주변 사람이나 인터넷을 통한 정보로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있다. 현재 의료계가 가진 문제도 정원을 늘리고 수가를 조정하는 단순한 조치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해 당사자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슬기롭고 장기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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