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닫는 소비자들… 가전-의류 판매 10% 감소

세종=김도형 기자 2023. 11. 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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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직접 전시장을 찾아오거나 따로 차량 구입을 문의하는 고객이 요즘 들어 확 줄어든 분위기네요."

승용차나 가구처럼 1년 이상 사용할 수 있으면서 비교적 고가품인 내구재 판매의 경우 8월에 1년 전보다 1.7% 감소한 데 이어 9월에는 ―3.7%로 감소 폭이 더 커졌다.

국내 완성차 5개사의 내수 판매량도 8월에 1년 전보다 1.5%만 증가하면서 주춤한 모습을 보인 데 이어 9월에 6.2% 감소로 하락 전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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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판매액지수 3달째 마이너스
고금리-고물가에 소비 직격탄
車판매지수는 14개월만에 하락
“구매력 저하가 경기회복 걸림돌”
“안 오른게 없네” 6일 서울시내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원유,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이상기온이 겹치면서 올 1∼10월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의 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5.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주말에 직접 전시장을 찾아오거나 따로 차량 구입을 문의하는 고객이 요즘 들어 확 줄어든 분위기네요.”

수도권의 한 자동차 지점에서 일하는 영업부장의 얘기다. 올 상반기(1∼6월)까지만 해도 매끄러운 흐름을 보이던 자동차 내수 영업에 최근 먹구름이 끼면서 경기가 얼어붙었다는 것을 실감한다는 것이다.

고금리와 고물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승용차를 비롯한 내구재를 중심으로 소비가 위축되는 흐름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대표적인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9월 102.9를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2.5% 하락하면서 7월(―1.9%), 8월(―5.1%)에 이어 석 달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이다. 소매판매액지수는 개인·소비용 상품을 판매하는 2700개 기업의 판매액을 조사한 결과로 경제주체들의 실질적인 재화 소비 수준을 보여준다.

올 3분기(7∼9월) 내내 이어지고 있는 소매 판매 위축은 내구재와 준내구재에서 두드러졌다. 승용차나 가구처럼 1년 이상 사용할 수 있으면서 비교적 고가품인 내구재 판매의 경우 8월에 1년 전보다 1.7% 감소한 데 이어 9월에는 ―3.7%로 감소 폭이 더 커졌다.

내구재 가운데 승용차 판매액지수는 지난해 8월부터 13개월 연속으로 1년 전보다 늘어나는 흐름을 보여왔지만 9월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국내 완성차 5개사의 내수 판매량도 8월에 1년 전보다 1.5%만 증가하면서 주춤한 모습을 보인 데 이어 9월에 6.2% 감소로 하락 전환한 바 있다. 완성차 판매는 10월에도 2.3% 감소했다.

9월 내구재 판매에서는 가전제품(―10.2%)과 가구(―13.1%) 판매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옷이나 신발, 가방처럼 1년 이상 쓸 수 있지만 비교적 저가인 준내구재 판매의 경우 이미 올 2분기(4∼6월)부터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4월 ―3.7%로 하락 전환한 준내구재 판매액지수는 5월(―2.5%), 6월(―2.6%), 7월(―6.4%), 8월(―7.5)에 이어 9월에는 ―8.5%로 하락 폭이 커지는 모습이다. 9월 준내구재 판매에서는 의복(―10.4%), 신발 및 가방(―8.0%) 등의 하락 폭이 컸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속에 가처분소득이 줄어든 가계가 소비를 줄이는 모습이 본격화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고금리로 이자 부담이 늘어난 데다 식료품 등 생필품 가격까지 오르면서 소비 여력이 제한되는 상황”이라며 “당장 필요하지 않은 내구재 구매 등에서 지갑을 닫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가계 소득에서 이자·세금 등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월평균 383만1000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8%(11만2000원) 줄었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역대 최대 폭의 감소율이다.

이런 가운데 비내구재 가운데서는 생필품으로 볼 수 있는 음식료품과 차량연료 등은 9월에 각각 3.4%와 1.8%씩 소비가 늘어난 반면 화장품(―12.7%)과 의약품(―2.4%) 등의 소비가 줄기도 했다.

이날 한국금융연구원은 민간 소비 증가율이 올해 2.1%에서 내년 2.0%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계의 실질 소비 여력 제약이 지속되면서 소비 증가세가 꺾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수출은 다소 살아나는 모습이지만 고금리 때문에 하락한 실질소득으로 구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 앞으로의 경기 회복에 최대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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