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66] 성격이 지나쳐서 사람들이 오해할 때가 많아요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3. 11. 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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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성격은 개개인이 갖고 있는 독특한 마음의 알고리즘이라 할 수 있다. 이 알고리즘에 따라 독특한 반응 패턴이 나오게 된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인간 관계나 결정 같은 삶의 중요한 부분에 성격은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이 알고리즘이 잘 보이지 않는다. 타인의 것도 잘 안 보이지만 때론 내 성격이 더 안 보인다. MBTI의 인기가 식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T(thinking) 성격이 지나쳐서 사람들이 오해할 때가 많아 고민’이라는 짧은 사연을 접했다. 논리적이기만 하고 타인의 감정에 관심이 없다면 타인의 오해에 고민이 될 것도 없다. 유형화 성격 검사의 결과는 부족하다고 나온 부분에 더 관심을 가지고 균형을 잡는 쪽으로 좀 가볍게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나를 특정 성격 유형으로 너무 제한시키고 이런 사람과는 맞지 않는다는 식으로 적용하면 오히려 삶이 불편해질 수 있다. 어떤 특징이 절대적으로 좋고 나쁘기보다는 양면성을 가진 것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완벽함이 나와 타인을 힘들게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대충 하는 것이 답은 아니다.

나의 성격 알고리즘을 파악하는 자기 인식이 쉬운 일이고 정확도가 높다면 요즘 기업에서 기본적인 평가 기법으로 자리 잡은 ‘다면평가’가 필요할 이유가 없다. 자기 인식의 방법은 크게 자기 성찰과 타인을 통한 정보 습득이다. 그런데 자기 성찰이 쉽지 않다, 내 부족한 부분을 가리려는 자기 방어 기능이 강력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인에게 정보를 습득한 후 그것을 기반으로 자기 성찰을 통해 자기 인식을 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가성비가 높다. 물론 쉽지 않다, 칭찬이 아닌 네거티브 피드백은 저항과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다면평가로 마상(마음의 상처) 입었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듣는다.

다면평가의 네거티브 피드백에 마음 상한 사람이 많다는 것은 거꾸로 보면 그만큼 내가 나를 모른다는 증거이다. 당연히 다른 사람의 부정적 평가를 모두 수용할 필요는 없다. 틀린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로스 체크를 해야 한다. 그러나 2~3명 이상이 같은 의견이라면 자기 성찰의 아이템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인정과 변화는 다르다. 평가에 대해 크로스 체크도 되었다면 인정은 하되 이 부분이 바뀔 수 있는 부분인지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성격의 근접한 특징은 바꾸기 어렵다. 그런 경우는 변화보다는 모니터링이 더 현실적인 방법이다. 바꿀 수 있는 부분은 변화해 보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선을 넘어 문제가 되지 않는지 나를 스스로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이러다 보면 처음엔 마음 아팠던 피드백이 내 인생에 도움이 되는 하나의 정보로 인식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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