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분뇨를 숯으로, 이런 참신한 기술이 규제에 막혔었다
전기차 활용 충·방전 서비스 등
사업화 못했던 기술 실증 돌입
충전만 하던 전기차가 ‘움직이는 충전기’로 변신하고, 처리 곤란한 가축 분뇨를 ‘친환경 숯’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외국에선 이미 일상이 됐지만, 우리나라에선 각종 규제에 막혀 사업화되지 못한 신기술이나 참신한 아이디어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뒤늦게 한시적으로 예외를 적용받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는 6일 산업 융합 규제 특례 심의 위원회를 열고 수소·에너지, 순환 경제, 생활 편의 관련 47건에 대해 규제 예외 적용을 승인했다.
소·닭·돼지 같은 가축 분뇨를 350도 이상 고온에서 열분해해 친환경 고체 비료로 만드는 실증도 진행된다. 가축 분뇨는 악취와 온실가스 배출 때문에 그동안 골칫거리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열분해를 통해 만드는 고체 비료인 바이오차(bio-char)는 악취가 거의 없고, 기존 비료보다 효율이 2배 높아 이른바 ‘흑색 금(블랙 골드·Black Gold)’으로도 불린다.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특별 보고서에 바이오차가 탄소 제거 기술의 하나로 포함됐고, 우리 정부도 2021년 탄소 중립을 위한 농업 분야 핵심 기술로 선정했다. 하지만 가축분뇨법 시행규칙상 처리 시설 설치 기준에 열분해 시설이 없어 국내 생산이 불가능했다.
현대차·기아도 그동안 전기사업법·친환경자동차법 등에 막혀 불가능하던 전기차를 활용한 충·방전 서비스 실증에 나선다. 전기 가격이 낮을 때 차에 전기를 충전했다가 가격이 높아졌을 때 송전망을 통해 팔거나, 가정과 건물에 공급해 전기 요금을 아끼는 방식이다. 전기차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전기차를 대형 배터리로 활용하는 송전망(V2G), 가정(V2H), 빌딩(V2B)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그동안 발전사업허가 없이 전기를 판매할 수 없고, 완속 전기차 충전 전용 주차 구역에 14시간 이상 주차할 수 없다는 법령 탓에 해당 사업 추진은 불가능했다.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은 “이번에 포함된 공유 미용실, 공유 캠핑카나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 등은 네거티브 방식이었으면 진작 시장에서 검증을 거쳤을 서비스”라며 “과거와 달리 이제는 민간의 능력이 커진 만큼 규제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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