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제품과 회사 재고 충돌할 수도… 통합적 조율해야”
‘AI혁신 전문가’ 아그라왈 토론토대 교수
“전체 ‘조율’-안전장치 ‘모듈화’ 중요
AI 효과 극대화 아마존 모범사례
부서간 칸막이-문화장벽-위계구조
3가지 해소해야 통합적 접근 가능”
캐나다 토론토대 로트먼경영대학원 석좌교수이자 글로벌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창조적 파괴 랩(Creative Destruction Lab)’의 설립자인 아제이 아그라왈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AI를 통해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의사결정 과정의 일부분을 개선한다고 해서 이익 극대화나 고객 만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최적화를 위해서는 여러 의사결정 과정과 내용을 조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캐나다 최대 도시인 토론토는 전 세계 AI 연구개발(R&D) 인재와 자본을 흡수하고 있는 AI 허브로 꼽힌다. 토론토대는 ‘챗GPT’를 만든 오픈AI의 공동창업자 중 하나인 일리야 수츠케버를 배출했을 뿐아니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오픈AI의 대항마로 육성 중인 AI 기업 ‘xAI’의 기술 개발에 참여하는 학자들이 근무하는 등 AI 연구의 선두주자로 각광받고 있다.
● AI, 조율과 모듈화가 중요
12월 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동아비즈니스포럼 2023’의 연사로 참여하는 아그라왈 교수는 AI와 자동화가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는 혁신 분야의 대가다.
그는 AI를 조직에서 활용할 때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방지하려면 ‘조율’과 ‘모듈화’ 전략을 잘 결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율이란 AI 도입에 따른 불확실성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전체 프로세스를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하고 통제하는 작업이다. 반면 모듈화는 애초에 완벽한 계획과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전제하고 불확실성이 커졌을 때 파급 효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안전 장치를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조율과 모듈화의 균형을 유지하며 AI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있는 기업 사례로 그는 아마존을 꼽았다. 아마존의 이커머스 플랫폼은 구매 추천, 풀필먼트, 고객 서비스 등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잘 조율된 AI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고객이 가장 원하는 제품을 추천해야 하는 AI의 임무와, 재고를 확보하고 있어 당장 배송 가능한 제품을 판매해야 하는 회사의 임무는 서로 충돌할 수 있다. 이렇게 상충되는 이해가 있을 때 AI가 고객이 가장 원하는 제품을 정확히 예측하는 데만 집중하면 자칫 재고가 없는 제품을 추천해 배송이 불가능한 상황이 올 수 있다. 아그라왈 교수는 “아마존은 직접 매입한 제품만 유통하는 것이 아니라 3자 판매자들도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개방하는 모듈화 전략을 택함으로써 당장 AI가 추천한 제품의 재고가 없더라도 여러 소스를 통해 배송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 원활한 소통 구조가 핵심
그는 아울러 이런 통합적 접근을 위해서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며 조직이 이를 가로막는 3가지 병목을 해소할 것을 당부했다. 첫 번째는 부서 간 칸막이(사일로)다. 특히 AI나 데이터사이언스를 담당하는 팀이 고립된 채 일하기보다는 조직의 다른 팀과 정보를 활발히 공유해야만 조율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
두 번째는 문화 장벽이다. AI 시스템하에선 여러 팀 간 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무엇을 얻도록 기대하는지, 이를 위해 무엇을 잃게 될 것을 감수해야 하는지 등의 가치를 분명히 정립하지 않으면 혼선이 생긴다.
세 번째는 위계 구조다. 위계는 정보의 흐름과 결정 속도를 지연시키는데 이는 여러 계층을 넘나들며 의사결정 권한이 이동하는 AI 시스템하에서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아그라왈 교수는 AI를 도입해 조직의 여러 부문을 연결시키는 통합적 접근을 취하다 보면 의사결정이 중앙에 집중되면서 필요한 의사결정자 수가 줄어들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렇게 일상적인 의사결정과 예측 작업이 자동화되면 중간 관리직의 기존 업무가 상당 부분 대체될 수도 있다. 그는 “중간 관리직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전략 수립, 팀 조정, 문제 해결 등의 기능을 주로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AI는 인력의 해고가 아닌 재배치를 요구하면서 직원들에게 보다 부가가치가 큰 역할을 부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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