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 칼럼] 국민의힘, 이번에도 한순간 훅 갈 건가
중진·주류 험지 출마 억울해도
줄줄이 깃발 들면 바람 될 것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전망적 투표'로 전략 바꿔
구조개혁 승부 걸어 민심 얻어야
홍영식 논설위원
“정신 차리자, 한순간 훅 간다.”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둔 2월 29일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회의실 벽면에 걸린 문구다. 국민의 쓴소리를 공모한 것 중에 고른 것이다. 실상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이 문구를 건 날부터 공천살생부로 두 동강 났다. 옥새 파동까지 겪으면서 선거는 참패했고 대통령 탄핵과 분당으로 이어졌다. 야권 분열 반사이익에도 한순간 훅 가버렸다. 2020년 총선 때도 조국 사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 등의 호재에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역시 계파 간 공천 싸움에 맥없이 무너졌다.
선거 승리는 공천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갈이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절실함이라는 밑거름과 자기희생이라는 자양분이 뿌리 깊이 스며들어야 한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주창한 지도부·중진·측근 험지 출마론을 두고 논란이 크다. 오랫동안 텃밭을 일궈 온 이들에게 수도권 출마 요구는 억울할 것이다. 생소한 지역구에 꽂아 넣은들 얼마나 파급력이 있을지도 미지수고, 성공 사례도 드물다. 그러나 혁신위가 ‘험지 출마=혁신’ 족쇄를 만들어버린 마당이다. 엎질러진 물로, 지역 기득권이라는 양지에 얹혀온 다선 중진들의 희생이 불가피한 상황이 돼 버렸다. 이를 되돌리면 반혁신으로 몰리면서 선거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수도권이 절박하다. 수도권은 지역구 전체 253석 중 48%인 121석이 걸려 있다. 국민의힘은 현재 16석에 불과하다. 수도권을 내주고는 내년 총선 승리를 바랄 수 없다. 선거는 바람이다. 국민의힘은 2020년 총선 때처럼 별 영향력 없는 몇몇 의원을 수도권으로 억지 차출해 실패했다. 선거에서 이기고 싶다면 김기현 대표를 비롯해 널리 알려진 다선 중진, 친윤 의원들이 “후진들을 위해 길을 터주겠다”거나 “기꺼이 수도권 험지에 나가겠다”며 깃발을 들고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대통령실 참모 수십 명이 한꺼번에 출마하겠다는 것도 썩 보기에 좋지 않다. 이들 역시 스스로 험지를 택한다면 그나마 신선함을 던져줄 수 있다. 국민은 최고 권력자 곁에 있는 사람들의 희생에 감동하는 법이다.
‘여당다움’을 회복하는 것도 급선무다. 그간 경제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려도 여당은 실종됐다. 여당이 야당과 다른 것은 국정에 대한 소명 의식과 책임감의 무게다. ‘이재명 리스크’에 기댈 안일한 생각은 지워야 한다. 유권자들을 과거에 얽매인 ‘회고적 투표’로 끌어들일 게 아니라 앞으로 내가 뭘 하겠다는 ‘전망적 투표’로 전략을 바꿔야 한다. 구조 개혁을 미루면 역사적 죄인이다. 국민연금과 교육·노동 등 3대 개혁은 나라 경제를 위한 필수 과제다. 국민의힘이 국회로 넘어온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미래 세대를 위해 개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설득하고, 책임 있는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표를 달라고 할 자격이 없다. 법인세율 인하와 상속세 개편 논의도 드라이브를 걸 때다. 국회 연설에서 “상속세 폭탄이 백년 기업의 탄생을 가로막고 있다. 조세 개혁에 빨리 착수하겠다”고 역설한 김 대표가 적극 실천에 옮겨야 한다.
고질적인 웰빙 체질 타파도 시급하다. 혁신위원 인선에서 비주류 다수가 거절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에 대해 ‘아이스 핫초코’라고 조롱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화해 강요는 2차 가해라고 하더니 부산까지 찾아온 인 위원장에게 영어로 “서울에 있는 환자나 치료하라”고 면박을 줬다. 선거도 하기 전 참패를 얘기했다. 국민의힘의 근본 변화가 없으면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했다. 헤어질 결심이었다면 왜 진작 나가지 않았나. 당에 들어와서 바꿀 생각은 안 하고 외곽에서 간을 보며 손가락질만 해대다 여차하면 떠나겠다는 것이다. 자기만 옳고 상대는 온통 그르다. 비겁하고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정치는 현실이다. 마지막에 얹는 가벼운 깃털 하나가 낙타의 등을 부러뜨린다. 이 전 대표 측이 떨어져 나가 신당을 차린다면 그들이 아무리 미약해도 국민의힘 후보들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 간발의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수도권이 특히 그렇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절박함은 찾기 힘들고 주류·비주류 여전히 아집뿐이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200석 얘기가 나온다.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숫자다. 적어도 국민의힘은 몽상적 얘기라고 치부할 계제가 아니다. 바짝 긴장하지 않는다면 이번에 또 한순간 훅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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