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패밀리데이와 정상가족

이지민 2023. 11. 7. 00:1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달 7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하늘이 화려한 불꽃으로 채워졌다.

불꽃놀이 축제를 며칠 앞두고 여의도에 사옥이 있는 한 스타트업 홍보 담당자는 행사 당일 사무실을 개방한다고 알려 왔다.

기업이 사옥을 개방하는 '패밀리데이'는 직원을 위한 일종의 복지다.

패밀리데이 행사에서까지 1인 가구를 위한 배려를 바라는 건 아직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7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하늘이 화려한 불꽃으로 채워졌다. 불꽃놀이 축제를 며칠 앞두고 여의도에 사옥이 있는 한 스타트업 홍보 담당자는 행사 당일 사무실을 개방한다고 알려 왔다. 원하면 가족이나 친구, 지인과 함께 편히 불꽃놀이를 즐기라는 취지였다.

서울 용산구에 사옥이 있는 본지도 불꽃놀이 당일 사무실을 개방했다. 직원 및 직계가족을 대상으로 사옥 견학과 불꽃축제 관람 행사를 진행했는데, 불꽃놀이를 보고 싶었지만 동행할 가족이 없어 신청 명단에 이름을 적어내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이 들던 차에 스타트업 홍보 담당자가 ‘친구나 지인도 상관없다’고 건넨 말이 새삼 반갑게 느껴졌다.
이지민 산업부 기자
기업이 사옥을 개방하는 ‘패밀리데이’는 직원을 위한 일종의 복지다. 직원, 가족 간 유대감을 강화하는 기회가 된다. 대기업들이 패밀리데이 행사를 열고, 개최 소식을 홍보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소위 ‘정상가족‘에 속하지 못하는 1인 가구는 이런 행사에서조차 소외감을 느끼기 쉽다. 기업들이 패밀리데이를 열었다며 언론에 노출하는 자료들만 봐도 천편일률적이다. 자료에 첨부된 사진은 나이가 지긋한 부모님과 사옥을 둘러보는 젊은 직원들, 아이들과 손잡고 행사에 참여한 직원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패밀리데이 행사에서까지 1인 가구를 위한 배려를 바라는 건 아직은 쉽지 않아 보인다. 누군가는 ‘기업이 선의에서 베푸는 행사조차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느냐’고 타박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평소에도 기업 복지가 정상가족이나 기혼자들 중심으로 설계됐다고 느껴왔다.

자녀 입학 축하금, 자녀 교육비 보조금, 결혼·출산 축의금 등이 일반적이고 1인 가구만을 위한 복지는 쉽게 찾기 어렵다. LG유플러스, SK증권 등이 비혼 직원에 결혼 직원과 동일한 복지 혜택을 주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미약한 수준이다.

기업의 변화가 더디다고 느끼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미 1인 가구 비중은 혼인과 혈연으로 엮인 가구보다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41%(972만4256가구)로 1000만 가구에 육박했다. 가족이 아닌 친구·애인과 거주하는 비(非)친족 가구원은 2021년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남남끼리 사는 5인 이하 가구인 비친족 가구는 전체 가구의 2% 수준이지만 그 비중은 매년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스타트업계에서는 혁신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게이지수’(gay index)가 통용된다. 어떤 지역에 동성애자들이 얼마나 살고 있는지를 나타낸 비율로, 미국 벤처기업의 요람인 실리콘밸리의 경우 게이지수가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그만큼 얼마나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하는지가 곧 혁신성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혁신의 토대는 다양성이다. 게이지수까지 갈 것도 없이 기업이 다양성을 인정하고 추구하는 것이 당연한 이유다. 1인 가구가 늘고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는 만큼 기업 복지도 좀 더 세심해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지민 산업부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