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오 사설] YTN, 정권의 실험 대상으로 남을 것인가
미디어오늘 1425호 사설
[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
언론사를 장악한다고 언론을 장악할 수 있을까. 여러 정권에서 목격한 언론탄압의 역사는 곧 저항의 역사이기도 하다. 탄압 강도가 높을수록 저항이 거세진다. 겉으로 장악한 것처럼 보여도 밑바닥에서부터 저항은 꿈틀거리고 결국 그 정권은 파국을 맞는다.
윤석열 정권의 특징은 언론장악에 대한 저항의 틈새를 한치도 내주지 않기 위해 속도전으로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수신료 분리징수 고지를 시작으로 공영방송 이사의 잇따른 해임 의결을 보면 대안 마련이나 법적 문제 발생 같은 뒷수습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KBS사장 선임 문제만 보더라도 향후 절차적 흠결에 대한 법적 판단이 불리하게 나올 수 있음에도 임명을 강행했다. 권태선 MBC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에 대한 해임에 제동이 걸린 것은 다행이지만 속도전을 늦출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저항의 싹이 나오기도 전에 일사천리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을 정권 차원에서 기획한게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까닭이다.
YTN 지분 매각 문제는 속도전의 정점에 있다. 구성원 한명 한명 미래를 결정짓는 사안에 의견 취합 없이 매각을 완료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최종 승인을 앞두고 있지만 요식행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은 매각주관사가 지분 매각 대상자로 유진그룹으로 정한 것에 대해 정부의 유무형의 압력 행사와 헐값매각 배임 의혹이 있다며 국정조사를 촉구했지만 속도전에 밀려나버렸다.
기존 정권이 YTN를 길들이기 위한 차원에서 소위 지분매각설을 흘리는 식으로 활용해왔다면 현 정권은 수개월 만에 실행에 옮기고 민간자본의 보도전문채널 인수가 가져올 미래를 지켜보고 있다. 언론장악에 대한 저항을 무력화하는데 아예 민간자본을 끌여들이면 어떻게 될지 하나의 거대한 실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2008년 MB언론특보 구본홍 낙하산 사장 임명부터 해고사태에 이르기 YTN구성원들의 치열한 저항의 역사를 꾀고 있다. 당시에도 지분 매각 얘기를 흘렸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던 것은 YTN구성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YTN 지분 매각 대상 최종 낙찰을 받은 유진기업이 앞으로 '좋은 건설자본'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YTN구성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방송 공공성을 굳게 지키는 것이다.
지난 6월 YTN노사가 맺은 고용안정과 공정방송을 위한 협약의 유효성을 끈질기게 대주주에게 묻는 일이 우선이다. YTN노사는 민영화를 대비해 대주주가 민간자본으로 바뀌어 경영진이 정리해고, 희망퇴직, 자산매각 등을 실시할 때 노사 동수의 고용안정위원회 의결을 꾸리도록 했다. 구성원 동의 없이 민간자본이 횡포를 부릴 수 없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사장추천위원회에서 공정방송 시행 자격을 갖춘 후보자를 사장으로 뽑도록 하거나 보도국장 자격을 YTN 재직 10년 조건을 붙인 것도 눈에 띤다. 외풍에 휘둘렸을 때 YTN이 어떻게 변했는지 경험이 이런 협약을 만들어냈다.
YTN민영화가 갖는 의미를 언론계에서 공론화하면서 대응도 하기 전에 지분을 매각하면서 대주주 유진기업과 YTN구성원의 대립구도로 만들어버린 것은 정권의 전략이다. 민간자본의 보도채널인수라는 실험을 막기 위해선 지분 매각 과정에서 정권이 저지른 불법성에 촛점을 맞춰야 한다.
1995년 개국해 단 한번도 대주주가 민간기업이었던 적이 없었던 YTN를 자본에 팔아넘겼다. 보도와 경영에 개입하지 못했던 소유구조에 따라 유지됐던 YTN 방송 공공성이 무너진다면 그 여파는 다른 공영방송에도 미칠 수 있다. 2008년 YTN탄압 당시 등장했던 논리는 KBS2TV·MBC·YTN 민영화였던 걸 기억하자. 한국 언론사(史)에 YTN이 어떻게 기록될지 갈림길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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