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도 아쉬운데...상대 팀 SNS서 "최고의 인니 선수 영입해라"

권수연 기자 2023. 11. 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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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페퍼스타디움 원정석을 채운 인도네시아 원정팬들, KOVO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현재 국내 V-리그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외인 용병들이 팀의 승리를 위해 활약하고 있다. 올 시즌에는 첫 아시아쿼터 제도가 도입되어 한 코트에서 두 명의 외국인 선수가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지난 5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경기에서 정관장이 페퍼저축은행을 세트스코어 3-0(27-25, 25-17, 25-16)으로 돌려세웠다.

직전까지 승점 8점으로 4위에 위치했던 정관장은 무실세트 승으로 승점 3점을 더 쌓았다. 누적득점 11점으로 2위 GS칼텍스와 동점이지만 득실세트를 따져 3위에 올랐다.

메가가 이 날 25득점(공격성공률 57.5%)으로 양 팀 최다득점을 기록했고 지아가 18득점했다. 

메가는 시즌 첫 아시아쿼터 선수로 정관장에 영입돼 현재 6경기 기준 누적 138득점, 공격성공률 48.46%(이상 전체 3위), 오픈공격 성공률 49.23%(1위) 등으로 활약하며 외인 용병인 지아와 함께 팀의 상위권 도약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코트 안의 싸움은 끝났을지언정 관중석의 후폭풍은 거세게 남았다. 이 날 셧아웃으로 패배한 페퍼저축은행 팬덤은 두 번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메가를 응원하러 광주까지 찾아온 일부 인도네시아(이하 인니) 원정팬덤의 관람 매너 문제 때문이었다.

이 날 페퍼스타디움에는 버스 3대를 대절해 찾아온 인니 원정팬이 자국 깃발과 태극기 등을 흔들며 열띤 응원을 펼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5일, 페퍼스타디움 원정석에서 메가와티를 응원하는 현수막을 든 인도네시아 팬, 제보자
5일, 페퍼스타디움 원정석에서 메가와티의 이름이 적힌 태극기를 든 인도네시아 팬들, 제보자
한 외국 팬이 정관장 SNS를 통해 응원석에서의 정치적 메시지 표출을 자제하자는 댓글을 작성했다, 정관장 공식 SNS 

6일, 본지에 메일을 보낸 한 제보자는 "인니 팬들의 선넘은 행동에 대해 제보하고 싶다"며 "(일부 인니 팬들이) 휴대폰 플래시를 이용해 페퍼저축은행의 서브타임 당시 방해했으며 홈팀(페퍼저축은행)이 서브를 칠 때 야유하고 자국 정치인의 이름이 새겨진 깃발을 들고왔다"는 내용의 제보를 보내왔다.

해당 제보자는 원정응원석에 앉은 한 인니 팬이 메가(메가와티 퍼티위)와 이름이 같은 인니의 정치인 메가와티 수카르노프트리 집권여당 대표(전(前) 인도네시아 대통령)로 추정되는 글귀가 쓰인 플랜카드를 든 모습을 전해왔다.

다만 현재 KOVO 규정상 관중석에서 정치적 표현 문구를 게시한 플랜카드, 응원도구를 엄격히 제지하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으므로 해당 팬에 대한 제재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이 사태를 지켜본 한 외국 팬은 정관장 공식 SNS를 통해 "정치 냄새나는 현수막은 만들지 말고 메가와 팀(정관장)을 응원해달라"며 지적하기도 했다. 

아울러 일부 팬덤이 태극기에 메가의 이름을 청테이프로 붙여 흔드는 모습등이 카메라에 포착되었으며, 해당 모습이 정관장 공식 SNS 계정에 잠시 업로드되었다가 거센 항의가 이어지자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태극기 훼손은 불법이다", "타국 국기에 예의가 없다"며 해당 행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난 5일, 페퍼스타디움 원정석을 채운 인도네시아 원정팬들, KOVO

만일, 타국 모욕의 목적으로 외국 국기를 들었을 경우에는 대한민국 형법 제109조에 따라 외국국기국장모독죄(外國國旗國章冒瀆罪)의 영역으로 건너간다. 외국인이 한국 영토 내에서 법을 위반하는 경우 속지주의에 따라 한국 형법으로 처벌받게 된다. 

해당 형법에 따르면 외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그 나라의 공용에 공하는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 · 제거 또는 오욕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말한다. '공용에 공하는' 이란 국가의 권위를 상징하기 위하여 그 나라의 공적 기관이나 공무소에서 사용되는 것을 말한다. 공용에 공하는 국기 · 국장임을 요하므로 사용(私用)에 공하는 것은 제외된다.

따라서 장식용 만국기나 외국인을 환영하기 위하여 사인이 게양 · 휴대 · 소지하는 외국기 또는 현실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소장 중의 외국의 국기 · 국장 등은 본죄의 객체로 될 수 없다. 외국의 국기 · 국장이므로 초국가적인 국제연합은 본죄의 외국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국제연합기나 그 휘장도 본죄의 객체가 아니다.

본죄의 주관적 요건으로서 고의 이외에 외국을 모욕할 목적이 있어야 하는 목적범이다. 여기서 모욕이란 외국에 대한 경멸의 의사를 표시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다만, 해당 팬덤의 행위에 대해서는 국가 모독의 목적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았으므로 법적인 처벌 대상에 확연히 포함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상식선에서의 자중이 필요한 부분이다.

[사진=페퍼저축은행 공식 SNS 계정]
[사진=정관장 공식 SNS 계정]

같은 날, 페퍼저축은행 구단 SNS를 통해서는 한 인니 팬이 "다음 시즌에 최고의 인도네시아 선수들을 데려오라"며 "메가와 함께 한 구단은 팬 수가 매우 많이 늘어났고 엄청난 혜택을 받았다" 등의 자랑을 올려 팬들의 지탄을 받았다. 

이에 해당 게시글에는 페퍼저축은행 팬 및 타 국내 배구팬들의 항의와 또 다른 인니 팬이 "페퍼저축은행 팬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대신 전하는 복잡한 광경이 빚어지기도 했다. 

또 다른 페퍼저축은행 팬은 "원정 팬들이 홈 응원석에 들어와 계속 서서 응원하고 깃발을 흔들고 상대를 응원하는데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 (이게) 홈 팬들이 시큐리티에 (직접) 항의를 해야하는 부분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정 선수의 맹활약이 리그에 활기를 불어오는 부분은 매우 긍정적이고 반길만한 부분이다. 아울러 리그 활기의 대부분은 관중의 열띤 응원이 차지한다. 코로나 19로 관중석 입장이 제한되었을 당시와 비교해 22-23시즌과 23-24시즌 관중 열풍은 마케팅에 포커스를 맞춘 구단들에게는 매우 반가운 상황이다. 

그러나 일부 팬덤의 지나친 응원 매너 이슈로 인해 타 관람객들에게 불편을 초래한다면 구단 및 연맹 차원에서의 신속한 자정작용과 피드백이 요구된다. 

한편, 메가와 지아가 활약하며 상승세를 탄 정관장은 오는 9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현대건설과의 2라운드 첫 경기를 시작한다. 1승 5패로 1라운드를 마친 페퍼저축은행은 다음 날인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GS칼텍스와의 대결로 반등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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