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영]아파도 병원 못 간 한국인, 유럽 주요국의 15~30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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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만큼 병원에 자주 가는 나라도 드물다.
미국인이 한 해 평균 3.4회, 일본 사람이 11.1회 병원을 찾는 동안 한국인은 15.7회 병원에 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5.9회)의 2.7배다.
사람들은 건강보험 덕에 진료비 부담이 크지 않아 병원을 자주 찾고, 병원은 의사 수가 적은 대신 박리다매식 3분 진료로 의료 수요를 감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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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접근성을 평가하는 또 다른 지표로 ‘미충족 의료 경험률’이 있다. 최근 1년간 진료가 필요했지만 받지 못한 비율을 뜻하는데 한국의 경우 11.7%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10명 중 1명 이상이 아파도 의사 얼굴을 못 봤다는 뜻이다. 비교 대상이 된 유럽연합(EU) 회원국 33개국 가운데 미충족 의료 경험률이 가장 낮은 오스트리아(0.4%)의 30배, 네덜란드(0.8%)의 15배 수준이다. 한국보다 높은 나라는 세르비아(11.8%), 에스토니아(18.9%), 알바니아(21.5%)뿐이다(정우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논문).
▷아파도 병원에 못 간 이유 중 82%는 진료비 부담보다는 ‘돌봄 부족’이나 ‘시간 제약’과 같은 비경제적 요인이었는데 이는 다른 연구에서도 일관되게 확인된 경향이다. 젊은 사람들은 ‘바빠서’ ‘내가 갈 수 있는 시간에 병원이 문을 닫아서’ ‘오래 기다리기 싫어서’ ‘참을 수 있는 정도여서’ 못 가거나 안 간다. 출산한 여성들은 ‘출산 후엔 아픈 게 당연한 줄 알고’ ‘아이를 대신 봐줄 사람이 없어서’ 못 간다. ‘무서워서’ ‘의사가 불친절해서’ 못 가는 사람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미충족 의료 경험률은 올라간다. 병원 갈 일은 많아지는데 소득은 줄어드는 이중적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다. ‘병원이 멀어서’ ‘거동이 불편해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못 가는 경우도 많다. 요즘 대형병원들은 예약부터 진료까지 무인 단말기를 줄줄이 통과해야 해 디지털 장벽도 높다. 배우자가 없거나 자녀 없이 혼자 사는 경우 병원 가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강원의 미충족 경험률(22.9%)이 전남(4.9%)의 4.7배나 되는 등 지역마다 편차도 크다.
▷불필요한 ‘의료 쇼핑’도 문제지만 병원에 가야 할 사람이 못 가는 건 더 큰 문제다. 진료를 못 받는 대신 술과 담배로 스트레스를 달래거나, 작은 병을 크게 키우거나, 통증과 우울감에 삶의 질이 떨어지기 쉽다. 일과 육아에 바쁜 사람들을 위해 비대면 진료를 활성화하고, 병원 갈 엄두를 못 내는 고령자와 의료취약계층을 위해 돌봄과 의료 체계를 통합해야 한다. 누구나 아프면 언제든 진료를 받을 수 있어야 성공한 의료 보장 제도라 할 수 있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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