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신진우]한중 관계 훈풍 불려면 中당국 진정성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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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최근 만난 고위 당국자는 한중 관계 얘기를 꺼냈더니 대뜸 명분부터 찾았다.
그는 한중 관계 회복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쪽은 중국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중 관계를 떠올리면 갈등에 방점이 찍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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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만난 고위 당국자는 한중 관계 얘기를 꺼냈더니 대뜸 명분부터 찾았다. 그는 한중 관계 회복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쪽은 중국이라고 했다. 수면 위에서 팽팽하게 기 싸움이 지속되고 있지만 물밑에선 손을 잡으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그 손을 최근 더 적극적으로 내미는 게 중국이란 얘기다. 다만 우리로선 그런 중국의 손을 잡으려면 명분이 필요한데 그게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중 관계를 떠올리면 갈등에 방점이 찍힌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충돌,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 조치에 따른 갈등,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무례한 언행을 둘러싼 기 싸움 등이 이어지며 양국 긴장 수위는 줄곧 고조됐다. 심지어 최근 정부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추진을 두고도 중국 언론이 비판하고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중국의 내정 간섭”이라고 받아치는 등 불편한 기류가 이어졌다.
일각에선 이런 갈등이 윤석열 정부의 대중국 정책 기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당당한 외교’를 명분으로 걸었지만 사실 노골적인 ‘반중 외교’로 일관해 불필요한 외교 갈등을 초래했단 얘기다.
현 정부의 기조가 문재인 정부 때와 다른 건 분명하다. 앞서 5월 “지난 정부에서 친중 정책을 폈는데 (중국으로부터) 얻은 것이 무엇이냐”고 꼬집은 윤 대통령의 발언만 떠올려 봐도 중국을 상대하는 외교 정책의 큰 방향이 보인다.
다만 중국에 저자세로 나가지 않겠단 정부 방침이 한중 관계를 악화시킨 결정적 요인이란 평가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 때 외교 정책에 깊이 관여한 당국자조차 “머리를 숙이면 더 고압적으로 요구서를 내미는 게 중국의 외교 전술”이라고 토로했다. 외교가 안팎에선 최근 중국이 관계 회복 메시지를 먼저 발신하는 게 중국의 오만에 맞선 현 정부의 상식적·원칙적 대응 덕분이란 평가도 있다.
외교가에선 한중 관계에서 긍정적 변곡점이 내년 상반기쯤 찾아올 거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에서 열릴 한중일 정상회의나 가능성이 점쳐지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 등은 이 변곡점의 꼭짓점을 더 높은 곳에 형성시킬 계기가 될 만하다.
문제는 여전한 중국의 태도다. 중국 당국은 최근 자국 내 탈북민 수백 명을 강제 북송시켰다. 우리 정부가 항의 서한을 발송해도 신경 쓰는 기색조차 없다. 대북제재 대상 선박들이 중국 연안에서 버젓이 출몰하고 있어도 눈에 띄는 중국 당국의 조치가 없다. 그 대신 자국 정부 입장에 조금만 거슬리면 바로 중국식 힘의 외교인 ‘늑대 외교’ 본색부터 거침없이 드러낸다.
중국의 손을 잡을 ‘명분’이 필요하다 했지만 중국 당국이 이런 태도로 일관하는 한 명분이 생긴다 해도 그 손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 국민 다수는 중국을 북한보다도 비호감 순위 상단에 두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생각하면 정치권에선 이런 국민 반감을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시 주석의 방한 등은 계기가 될지언정 극적인 명분이 될 수 없다. 중국이 자존심을 내려놓고 한국을 존중한다는 진정성 있는 시그널부터 일관적으로 전할 때 의미 있는 명분이 쌓일 것이다.
신진우 정치부 차장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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