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으로 경제노선 바꾼 호주 … 시주석 "양국 신뢰 증진"

김제관 기자(reteq@mk.co.kr), 손일선 특파원(isson@mk.co.kr) 2023. 11. 6.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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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총리 7년만에 中방문 …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
앨버니지 총리 변화 모색
"中, 호주 수출의 25% 차지"
친미반중 벗어나 실리 추구
안보-美, 경제-中 양다리 전략
호주와 관계개선 성공한 中
허리펑부총리 9일 옐런과 회동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왼쪽)가 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호주 총리의 첫 중국 방문 50주년'을 맞아 기획됐으며 앨버니지는 호주 총리로는 7년 만에 처음 시진핑 주석과 만났다. AP연합뉴스

호주가 '친미반중' 일색이던 외교 노선을 확 바꿨다. 지난해 5월 정권 교체 이후 취임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실리 외교를 강조하면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6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정상회담을 하고 상호 신뢰와 협력을 강조했다. 2016년 양국 관계가 악화된 이후 호주 총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것은 앨버니지가 처음이다.

이 같은 행보는 최근 글로벌 정세와 무관하지 않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한 달을 넘겼지만 미국의 중재 노력이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고 러시아, 이란이 밀착하며 새로운 전선을 구축 중이다. 미국과 호주는 중국을 계속 적으로 둘 수 없는 상황이어서 중국에는 여러모로 '꽃놀이 패'인 형국이다.

6일 로이터통신은 시 주석이 이날 앨버니지 총리에게 "중국과 호주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혼란에 빠트리려는 어떠한 시도도 경계하고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건전하고 안정적인 중국·호주 관계는 공동 이익에 도움이 된다"면서 "양국은 평화적 공존 속에 상호 이해와 신뢰를 증진해야 하고,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총리실에 따르면 앨버니지 총리는 이날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역내 평화와 안정의 필요성이라는 맥락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동 등 세계 분쟁에 대한 의제를 시 주석과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나는 미국·중국 간 가드레일(안전장치)과 군사적 협력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것은 중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특히 안미경중 노선을 확실히 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중국은 호주 수출의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무역 파트너"라며 "양국은 서로 다른 정치 시스템을 갖고 있지만 긍정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호주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서는 협력하는 반면 호주 국익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의견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고프 휘틀럼 전 호주 총리의 방중 50주년을 기념해 성사됐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이번 방문은 과거를 기반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일"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시 주석은 "△높은 벽 △분리·단절 △위험 제거 등은 본질적으로 시장 법칙과 인류 사회 발전에 어긋나는 보호주의"라며 "중국은 호혜상생의 개방 전략을 추구함으로써 주변국에 전례 없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있는 미국의 대중(對中) 정책을 꼬집은 발언으로 풀이된다.

양국 외교장관도 이날 정상들이 만나기 전 회담을 하고 미래를 향해 손을 잡고 협력을 추진하자는 데 합의했다.

이날 중국 위성방송 봉황TV에 따르면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베이징에서 페니 웡 호주 외교부 장관을 만나 "시 주석과 앨버니지 총리는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회담하며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해 큰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며 "중국과 호주는 만날 때마다 서로를 이해하고 관계 개선을 위해 앞으로 나아갔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이 전날 생일을 맞은 웡 장관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자 웡 장관은 "호주와 중국은 가능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화답했다.

중국은 호주의 최대 교역 파트너였지만 2020년 4월 스콧 모리슨 당시 호주 총리가 미국·유럽 주요국 정상들과 통화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중국을 겨냥해 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한 국제 조사를 촉구하면서 관계가 틀어졌다.

이후 중국은 호주에 대한 무역 보복을 시작했다. 호주도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안보 협의체)와 오커스(AUKUS·미국 영국 호주의 안보 파트너십) 협력을 강화하면서 양국 관계는 계속 악화됐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발리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앨버니지 총리가 만나면서 '화해 무드'가 조성됐다. 지난 5월 14일에는 돈 패럴 호주 통상 장관과 왕원타오 상무부장이 베이징에서 회담을 열었고 중국은 호주 목재와 보리에 부과해온 반(反)덤핑 관세를 철회했다.

한편 호주와의 관계 개선에 성과를 거둔 중국은 미국과 경제 갈등을 해소하는 데도 적극 나선다. 이날 미국 재무부는 재닛 옐런 장관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오는 9~10일 샌프란시스코에서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허 부총리는 시 주석의 경제책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김제관 기자 / 손일선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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