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경제다 ② [더 나은 세계, SDGs]

황계식 2023. 11. 6.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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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1월 정례회의를 열고, 현재 연 5.25~5.5%인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시장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뒀지만, 최근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두차례 연 5%를 넘으면서 시장에 긴축 효과를 가져오자 다소 완화된 정책을 취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번 동결은 지난 9월에 이어 두번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현재 미국의 경제 상황에 대해 ‘강하다’(strong)고 표현하면서 낙관적인 의사를 밝혔지만, 동시에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고, 지금 단계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생각하거나 논의하지 않는다”고 밝힘으로써 경제회복 소요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릴 것이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스라엘-하마스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전 세계 경제는 고유가와 고금리의 소용돌이에 빠져있다. 여기에 미국에서는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다양한 경기부양 정책이 바로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고, 유럽연합(EU)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난민, 노동 이슈, 전쟁 여파 등으로 에너지·식량·일자리 등 주요 경제정책에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를 타개하고자 야심 차게 내세운 ‘그린 딜’과 탄소 중립 정책, 각종 환경 규제와 탄소 무역장벽, 금융 규제 등이 오히려 역풍을 받고 후퇴하는 모양새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EU 집행위원회는 새로운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 규제 정책인 ‘유로7’을 발표하면서 시행 시기를 내연기관 승용차는 오는 2025년, 대형 상용차는 2027년으로 각각 예고했다. 유로7은 질소 산화물 배출량(대형 경유차 기준)을 ㎞ 주행당 0.4g에서 0.09g으로 줄이고, 미세먼지는 0.01g에서 0.008g, 일산화탄소 허용치도 1.5g에서 0.2g로 각각 낮추는 내용으로, 기존 ‘유로6’ 대비 훨씬 강력한 규제다.

관련 업계에서는 유로7이 사실상 전기차 수준에서만 이행할 수 있는 환경정책으로 보고, 유로존 내 내연기관차의 퇴출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유럽 의회는 지난달 12일 승용차는 오는 2030년, 대형 상용차는 2031년에 각각 도입하는 것으로 유로7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아직 이 정책은 EU 이사회와의 협의가 남아있지만, 개정안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내 경제 민심이 심상치 않은 탓이다.

심지어 미국과 한국이 전기차 개발 및 도입에 속도를 내는 현시점에도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는 “갑자기 내연기관 차량 생산이 중단되면 일자리 수십만개가 사라질 수 있다”고 밝히면서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합성해 만든 액체연료인 이퓨얼(e-fuel·electricity-based fuel) 기술에 막대한 자금을 재투자하고 있다. EU가 내건 ‘내연기관 차량 종식’이 구호로 그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지난달 31일 EU의 통계청 격인 유로스타트는 유로존 20개 회원국의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직전 분기 대비 0.1% 감소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유로존의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2021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더군다나 EU의 기준금리를 정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7월 기준금리 연 0%를 유지하면서 강력한 경기부양을 예고했지만, 불과 1년 6개월 만에 4.5%까지 인상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EU의 환경 규제와 기후·재무 공시 등 이른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책에 전 세계에서 가장 열성적으로 쫓아가는 한국 정부와 컨설팅 업체들이 이러한 상황을 신중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31일 ESG 포럼을 개최하는 등 최근 몇주간 많은 기관에서 ESG 공시 관련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회의들이 열풍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는 정확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한국거래소 등 ESG 영역에 있어 중요한 기관의 역할은 현시점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다. 그리고 정부 역시 글로벌 경제 상황을 보다 세심히 살펴야 할 것이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UN SDGs 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 지위기구, ICMA(국제자본시장협회) 옵서버 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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