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합 6곳 중 5곳 앞서... 美대선 지금 하면 트럼프 승리
“현대 정치판에서 보기 힘든 상황”
역시 문제는 경제, 고령 이슈도 영향 미쳐
2024년 11월 5일 열리는 미국 대선을 1년 앞두고 당락을 좌우할 주요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경합주) 여섯 곳 중 다섯 곳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77) 전 대통령이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81) 대통령을 앞선다고 나타났다. 최근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가 바이든을 앞선다는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고물가·고금리 등 어려운 경제 상황과 바이든의 고령 논란 등으로 전통 민주당 지지층의 바이든 지지율이 급락한 가운데 연방검찰 기소 등 여러 ‘사법 리스크’에도, 이탈한 표심이 트럼프 쪽으로 쏠리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가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3일까지 여섯 경합주의 등록 유권자 36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평균 지지율은 트럼프 48%, 바이든 44%였다. 대선 결과를 좌우할 경합주 여섯 곳 중 위스콘신을 제외한 미시간·펜실베이니아·애리조나·조지아·네바다 등 다섯 주에서 트럼프가 바이든보다 우세했다. 바이든은 2020년 대선 때 여섯 경합주에서 모두 승리했었다.
미 대선은 주별로 승리하는 후보가 해당 주에 속한 선거인단 표를 모두 가져가는 승자 독식 방식으로 치러진다. 매사추세츠·캘리포니아 등 전통적인 민주당 우세주와 텍사스 등 공화당 우세주는 대체로 지지해온 당의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주기 때문에 공화당·민주당을 오가는 스윙 스테이트가 캐스팅 보트(결정권)를 쥐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여론조사가 대선까지 이어질 경우 트럼프는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270명보다 훨씬 많은 선거인단 300명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NYT는 전망했다.
바이든은 지난 대선 때 ‘몰표’를 주었던 흑인·히스패닉 유권자들이 최근 등을 돌리며 핵심 경합주에서 열세를 보인다고 나타났다. 이번 조사 결과 흑인 유권자 중 7%가 지난 대선 때 트럼프에게 투표했다고 밝혔지만,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2%로 늘었다. 2020년 대선 때 25%만 트럼프를 찍었다는 히스패닉계 유권자 중 42%가 내년 대선에선 트럼프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NYT는 “흑인 표심이 대거 (공화당 소속인) 트럼프 쪽으로 몰리는 것은 현대 미국 정치판에선 볼 수 없었던 현상”이라며 “인종별 지지 성향의 놀라운 재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색 인종들 사이엔 ‘바이든이 (유색 인종을 위한) 진보적 정책을 기대만큼 충분히 펼치지 못했다’는 불만도 있다고 알려졌다. 미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물가와 금리 상승으로 인한 경제 문제가 흑인 등 저소득 유색 인종에게 더 큰 고통을 불러왔을 수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젊은 유권자들 또한 바이든 지지율이 감소했다. 18~29세 응답자 중 바이든에게 투표하겠다는 비율은 47%로 트럼프라고 응답한 비율(46%)과 불과 1%포인트 차이였다. 2020년 대선 때는 이들 그룹의 61%(터프츠대 등 조사 결과, 전국 기준)가 바이든을 찍었다. 10~20대는 지금의 경제 상황에 특히 더 불만이 많다고 나타났다. 지표상으론 고용이 활황이지만 물가가 덩달아 치솟아 실질 소득은 줄었고, 경제 과열을 막겠다며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계속 올려 대출이 특히 많은 청년층이 더 큰 고통을 받았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외교에 대한 평가에서도 트럼프에게 뒤졌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해서도 유권자 50%가 트럼프가 문제를 더 잘 해결할 것 같다고 했다. 바이든을 꼽은 응답자는 39%였다. 고령 논란 또한 갈수록 바이든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응답자의 71%가 바이든이 유능한 대통령이 되기에 ‘너무 늙었다’고 답했다. 반면 트럼프에 대해선 39%만이 그가 늙었다고 응답했다.
트럼프는 이날 발표된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을 앞섰다. CBS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성인 26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지지율은 51%, 바이든은 48%였다.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경합주)
미국 50주(州) 가운데 선거마다 표심이 그네(swing)처럼 흔들리면서 접전을 벌이는 지역. 미 대선은 주별로 배정된 선거인단(총 합계 538명)을 더 많이 확보한 측이 승리하고, 주별로 승리한 당이 해당주 선거인단 표를 모두 가져가기 때문에 경합주 표심이 결과를 좌우한다. 내년 대선에서 통상 미시간·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애리조나·조지아·네바다 등 6주를 꼽으며,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한두 곳을 빼고 노스캐롤라이나 등을 넣기도 한다.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곳은 당색을 따라 ‘레드(red) 스테이트’, 민주당이 우세면 ‘블루(blue) 스테이트’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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