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호주와 갈등 마침표… “양국 관계, 발전의 길 진입했다”

베이징=이윤정 특파원 2023. 11. 6.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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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7년 만에 中 찾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
“건전하고 안정적인 양국 관계, 공동 이익에 도움”
호주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실리 외교 행보
친미 기조 강화하며 중국과 멀어진 한국에 참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이제 중국과 호주의 관계는 올바른 개선과 발전의 길로 들어섰다”며 양국 간의 갈등에 마침표를 찍었다. 호주는 지난 5년간 중국과 대립하며 친미 기조를 강화해 왔지만, 경제적 실익을 위해서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 중국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어 결국 불화를 해소했다. 다만 안보 측면에서는 미국과 공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안미경중(안보는 미국·경제는 중국)’에 나서는 호주 행보에 비슷한 상황인 한국도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6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앨버니지 총리와 만나 “양측의 공동 노력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교류를 재개하고 몇 가지 문제를 해결했다”며 “건전하고 안정적인 중국과 호주의 관계는 양국의 공동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호주 총리의 방중은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앨버니지 총리 역시 시 주석에게 “호주는 역내 다른 국가와 함께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안정적 성장과 세계와의 계속되는 교류에 관심이 있다”며 “양국의 굳건한 관계는 미래에 유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견이 발생하는 지점에서 우리가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앨버니지 총리는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동 등 세계 분쟁에 대해 논의했고, 미국과 중국 간 가드레일(안전장치)과 군사적 협력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6일 베이징 인민대회장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경제적 측면에서 더욱 밀착할 것으로 보인다. 호주 입장에서는 여전히 중국이 호주산 와인, 쇠고기, 바닷가재 등 다양한 농산물에 대한 무역 제한이 해제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앨버니지 총리는 “호주와 중국 간 긍정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떠난다”고 했다.

중국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하고 세계 무대에서 보다 많은 역할을 하기 위해 호주와 계속 소통할 것으로 전망된다. CPTPP는 일본과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국이 2018년 발효시킨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중국과 대만도 2021년 9월 가입을 신청했지만 아직 승인받지 못했다. 시 주석은 이날 앨버니지 총리에게 “중국은 남태평양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호주와 함께 더 많은 3자와 다자 협력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며 “중국과 호주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혼란에 빠트리려는 어떠한 시도도 경계하고 반대해야 한다”고 했다.

블룸버그는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앨버니지 총리가 시 주석을 만나 양국 외교 관계의 회복을 확인했다”고 했다. 이전부터 호주와 중국은 적어도 경제 측면에서는 밀착 관계를 이어왔지만, 2017년부터 관계가 본격적으로 틀어지기 시작했다. 중국이 막대한 자금을 앞세워 호주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정황이 나타나면서다. 이에 호주 정부는 해외 기관의 국내 정치권 후원을 전면 금지했고, 중국은 주중 호주대사를 초치하는 등 강한 불쾌감을 표현했다.

이를 시작으로 호주는 2018년 8월 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에서 중국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했다. 2020년 4월엔 스콧 모리슨 당시 호주 총리가 서방 주요국 정상들과의 전화 통화에서 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한 국제 조사를 지지한 것이 밝혀졌다. 이에 중국은 즉각 보복에 나섰다. 호주산 석탄, 쇠고기, 와인, 바닷가재 등의 수입을 중단하고 보복성 관세를 매겼다. 특히 와인의 경우 관세가 최대 218%에 달했다. 호주는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며 갈등이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호주의 노동당 정권 출범을 계기로 양국이 화해 무드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앨버니지 총리가 6년 만에 정상회담을 개최했고, 이듬해 중국은 석탄과 목재 등 호주산 제품에 대한 수입을 순차적으로 재개했다. 호주산 목재, 보리 등에 대한 고율 관세 역시 폐지됐다. 여기에 중국은 자국에 구금돼 있던 중국계 호주인 언론인 청레이를 3년 만에 석방해 호주로 돌려보냈다.

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있는 중국(왼쪽)과 호주./EPA 연합뉴스

앨버니지 총리는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중국과의 우호적 관계가 이득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지난 5일 상하이에서 열린 제6회 중국 국제수입박람회 개막식 연설에서 “호주 정부는 지속적으로 중국과의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며 “대화와 협력으로 양국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했다. 중국 역시 호주와 각을 세우면 손해다. 호주는 배터리와 방산, 첨단산업에 필요한 광물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고, 중국이 가입을 원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회원국 중 하나다. BBC는 “2020년 양국 무역이 절정에 달했을 때, 호주 수출의 절반가량을 중국에 의존했다”며 “무역에 관해서는 중국과 호주 양국 모두 서로를 떠나보낼 여유가 없다”고 했다.

다만 호주는 안보 측면에서 미국과의 밀착 관계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호주는 2020년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이 주도한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 협의체)’에 이어 2021년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에 연이어 가입했다. 양국은 이른바 첩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스(미국·영국·호주·캐나다·뉴질랜드 간 정보 협의체)’의 회원국이기도 하다. 지난 3월엔 미국의 핵잠수함을 호주에 넘기는 데 합의하기도 했다.

호주가 ‘안미경중(안보는 미국·경제는 중국)’이라는 실리외교의 길을 걸으면서 비슷한 상황에 놓인 한국도 이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 역시 미국과 안보 측면에서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고, 이 과정에서 최대 무역 파트너인 중국과 관계가 악화한 상황이다. CNN은 “(호주와 중국) 양국 정상이 관계를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는 인도·태평양 지역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고,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호주와 중국 간 원활한 소통은 갈수록 분쟁이 심화하는 이 지역의 안정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 서울 등의 지도자들은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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