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사람 다 샀나…전기차, ‘가격’이 승부처
7월 신규 8788대…작년보다 20%↓
9~10월도 주춤…뚜렷해진 둔화세
업계 “시장 키우려면 ‘반값’ 내놔야”
테슬라 등 가격 낮출 기술 개발 몰두
그동안 가속페달을 밟아온 국내 전기차 수요가 최근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6일 경향신문이 자동차 통계업체인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의뢰해 받은 ‘2022~2023년 월별 전기 승용차 신차 등록 현황’ 자료를 보면, 전기 승용차 수요는 올해 7월을 기점으로 둔화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올해 7월 전기 승용차 신규 등록대수는 8788대로, 지난해 7월(1만1104대) 대비 20.9% 감소했다. 8월에는 7429대로, 전년(1만1551대) 대비 35.7%나 줄어드는 등 감소폭이 더 컸다. 통상 자동차 판매량이 많은 9월(1만1705대)과 10월(1만1625대)에도 전년 대비 23~26% 적게 등록됐다. 세계적으로 전기차 성장세가 둔화한 가운데 국내에서는 수요 자체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부유층을 겨냥한 1억원 안팎의 고급 전기차 혹은 내연기관차 수준의 저렴한 전기차로 양극화하는 모습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테슬라 모델 Y의 인기도 사실은 가격 하락 덕이 크다. 저렴한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장착한 ‘모델 Y 후륜구동(RWD)’이 국내 판매를 본격화하면서다. 테슬라가 모델 Y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비용을 낮추고 기본 성능을 하향 조정하면서 모델 Y 후륜구동 모델은 4000만원대(보조금 수령 시 기준)에 구입이 가능해졌다. 기존 고사양의 모델 Y 대비 절반 수준의 가격이다.
이에 모델 Y는 9월 이후 판매가 큰 폭으로 늘었다. 10월 신규 등록대수가 2814대로, 2위인 기아 EV6(1443대)의 2배에 달했다. 이어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1231대), 기아 EV9(1215대), 기아 레이(1050대) 순이었다.
이에 업계에선 ‘전기차 살 사람은 이미 거의 다 샀다’는 얘기가 나오는 가운데 전기차 소비자를 ‘얼리어답터’에서 ‘얼리 머조리티’(먼저 신제품을 소비하는 대중)로 확대하려면 내연차의 1.5~2배인 전기차 가격을 거의 반값으로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테슬라 등이 전기차 가격을 잇달아 내린 것도 이런 판단에서다.
10월 등록대수 기준으로 ‘5위’에 오른 레이 역시 중국산 LFP 배터리를 장착해 구입가를 2000만원대(보조금 수령 시 기준)까지 낮췄다.
다만 저가 전기차 경쟁에 업계는 수익성 저하로 고민이 커지고 있다. 특히 테슬라는 지난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4%나 줄었다. GM·포드 등은 전기차 관련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투자 계획을 늦추는 등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다만 유럽연합(EU) 기준 ‘2035년 내연차 사실상 퇴출’ 목표가 지켜질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전기차로 대전환하는 것은 되돌리기 힘든 시대 흐름으로 보인다.
이에 전기차 가격을 낮추는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만5000달러(약 3200만원) 미만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도 배터리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전기차 라인업을 소형 경차로 확대하는 등의 방식으로 저가 전기차를 선보이기로 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전기차 수요가 최근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전동화’라는 대세는 거스를 수 없다”며 “앞으로 LFP 배터리 말고도 다양한 ‘반값 전기차’ 관련 기술들이 등장하면서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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