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이후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전셋값…다시 ‘전세대란’ 오나
“내년 서울 입주 물량 63% 감소·고금리 영향 매매 포기는 위협 요소”
“작년 급락 탓 착시·일부만 상승세”…부동산 전문가들도 엇갈린 전망
최근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수억원씩 뛰면서 ‘전세 대란’이 다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상반기 시중은행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낮아지고 보증금 반환대출 규제가 완화되면서 전세가를 밀어올린 것이다.
6일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지난 9월 전국 전세가격지수 변동률은 0.32%로 전월(0.15%)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이 각각 0.45%, 0.62% 올랐다. 부동산R114 통계를 보더라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 9월 0.09% 하락했으나, 10월에는 0.17% 상승했다.
서울 전세가격은 지난 6월까지 하락을 거듭하다 7월부터 상승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7월은 금융당국이 역전세 반환대출에 대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완화한 시점이다. 반환대출 규제가 완화되면서 집주인들이 이전의 높은 전세 보증금을 임차인에게 돌려줄 여력이 생기자, 전셋값이 다시 올랐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 은행권에서 전세대출 금리가 낮아진 것도 전세 수요를 늘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연 4%대에서 횡보하면서 월세 수요가 전세로 전환된 효과가 생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6일 기준 3만3898가구로 1월1일보다 37.9% 감소했다. 같은 기간 물량이 36.6% 줄어든 월세보다 매물이 더 빨리 줄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전세가 상승이 앞으로도 계속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해석이 엇갈린다. 우선 내년 서울 입주 물량이 올해보다 63%가량 감소한다는 점은 전세가를 끌어올릴 요인이 될 수 있다. 또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매매를 미루고, 전세로 돌아서는 수요도 있다.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매매 수요의 전세 전환, 입주 물량 감소 등 복합적 요인을 합해 내년 전국 전셋값이 2.0%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놨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센터장은 “금융위기 당시 매매가 줄면서 전월세 가격이 폭등했다”며 “내년 매매 거래가 절벽이 되면 전세 대란이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전세가 상승 추세가 오래가지 못한다는 반론도 있다. 현재 서울 아파트 전세가가 오른 건 지난해 워낙 낮았던 전세가의 기저효과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실제 서울 전세가격지수는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11.7% 낮다.
서울 안에서도 입지 및 주거 여건에 따라 전세가 추이가 다르기 때문에 크게 오른 지역으로 일반화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 84㎡는 올초 8억3000만원에서 최근 3억원 이상 뛴 12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반면 성동구 옥수동 극동그린 59.9㎡, 마포구 공덕1삼성래미안 84.94㎡는 모두 올초 전세가와 지난달 전세 거래가에 변동이 거의 없었다.
돈을 빌리는 입장에서는 금융 여건도 나빠지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최근 다시 올라 연 3.68~6.8%로 7%대를 바라보고 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여전히 시장 금리가 높기 때문에 올해 말까지 전세가는 변동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지원·심윤지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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