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불(弗)’ 잡혔지만…‘달러 약세’ 예단하긴 이르다
미국 연준 ‘비둘기파’ 메시지 이후
3일 만에 60원 하락…1300선 깨져
미 국채금리 급등·고용 부진 여파
시장 ‘기준금리 인상 종료’ 기대감
유로존·중국 경기는 여전히 부진
전문가들 “1300원대 박스권 전망”
원·달러 환율이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하루 평균 20원씩 급락하며 석 달 만에 1300선 밑으로 떨어졌다. 연준의 긴축 종료 기대감이 커진 영향 등이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문가들은 그러나 미국의 경기가 다른 국가보다 여전히 양호한 상태여서 달러화 강세가 끝났다고 보기는 시기상조라고 전망했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25.1원 급락한 1297.3원에 마감했다. 지난 8월1일(1283.8원) 이후 약 3개월 만에 최저치다. 이날 원·달러 환율의 하루 낙폭 25.1원은 지난 3월23일(-29.4원) 이후 가장 컸다.
원·달러 환율은 연준의 FOMC 회의를 앞둔 지난 1일 1357.3원 수준이었으나 연준이 예상보다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메시지를 내놓은 뒤 3거래일 만에 60원이나 급락했다. 연준은 최근 미 국채 장기물 금리가 급등한 것이 추세적으로 지속된다면 이것이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 같은 연준의 입장이 발표된 이후 시장에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사실상 종료되고, 앞으로는 현 수준이 얼마나 길게 유지되는지가 중요할 것으로 봤다.
여기에 지난 10월 미국 고용 증가세가 상당히 둔화한 것으로 나타난 점도 연준이 금리를 더 올리지 않아도 될 것이란 기대에 힘을 실었다.
미국 10월 비농업 부문의 신규고용은 15만명 증가해 시장 전망치(18만명)를 밑돌았고, 실업률은 3.9%로 전월(3.8%)보다 상승해 2022년 1월(4.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처럼 연준의 추가 긴축 우려가 누그러지면서 유로화, 엔화 등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평균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3일(현지시간) 전날보다 1.44% 하락한 105.52까지 내려왔다. 달러화 강세가 약해지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또 이날부터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가 전면 금지되고, 주가가 급등한 것도 원·달러 환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이날 코스피가 5.66%, 코스닥이 7.34% 각각 상승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달러화가 추세적으로 약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4분기에도 1300원 안팎의 박스권에서 환율이 움직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있다.
여전히 미국 경기가 양호한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유로존이나 중국 경기는 반등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달러화 강세를 지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이날 한국은행·세계은행(WB) 서울포럼을 계기로 진행된 이창용 한은 총재와의 화상 대담에서 “연준은 12월에도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한 번의 추가 인상은 필요할 것”이라며 “여전히 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 압력이 남아 있고, 경제가 꽤 견조하다”고 말했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10월 고용지표는 미국의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에 따른 왜곡이 있을 수 있어 조심해서 해석할 필요가 있고, 유로존은 에너지 가격 불안에 따른 영향을 계속 받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장의 연준 금리 인하 기대는 과하며 달러 추세가 변하는 변곡점은 아직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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