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민간인 희생 느는데…이스라엘군 ‘타깃 선정’ 기준 논란
국제법상 무차별 공격은 금지…정보 신뢰성도 의문시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휘관 제거’를 명분으로 가자지구에 폭격을 가하고 있지만, 이스라엘군(IDF)의 공격 정당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문이 커지고 있다. 수많은 민간인 희생이 따르는 공격 목표를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는지, 확보한 정보가 믿을 만한 것인지, 전쟁범죄를 피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등의 정보가 모두 베일에 싸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5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학교·병원·난민촌 등 민간시설에 집중 공습을 퍼붓고 있지만, IDF의 공격 목표 선정 방법이 비밀에 부쳐져 하마스를 상대로 어떤 군사적 성과를 얻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지난달 31일 이후 가자지구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곳 중 하나인 자발리야 난민촌 일대를 집중 공습해 민간인 100명 이상이 희생됐다. 이스라엘은 이 공격으로 하마스 고위 지휘관인 이브라힘 비아리를 살해했다고 공표했지만 하마스는 “지휘관 중 공습이 이뤄진 시간대에 자발리야에 있었던 이는 없다”며 “근거 없는 거짓말”이라고 부인했다.
국제인도법은 공격 목표를 구분하지 못한 무차별 공격을 금지한다. 민간인·민간시설 공격으로 인해 발생할 해악이 ‘구체적으로 예상되는 직접적인 군사 이익’보다 지나치게 큰 공격도 금지 사항이다. IDF가 비아리를 살해한 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자발리야 난민촌을 향한 무차별 공격은 명백한 전쟁범죄다. 설령 사실이라 하더라도 지휘관 1명을 죽여 얻는 군사적 이득이 수백명의 민간인 사상자를 발생시킬 만큼 불가결한 것이었는지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IDF는 가자지구를 향한 모든 공격이 이스라엘 정부의 법적 승인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WP는 각 나라마다 교전 규칙이 분류돼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이전보다 (민간인) 사상자의 규모를 더 많이 용인하는 쪽으로 교전 규칙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IDF가 가자지구 공격에 사용하는 정보가 믿을 만한 것인지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IDF가 파악한 가자지구 정보 중 주요 시설은 이미 초기 공습 때 다 파괴됐다. 이 때문에 IDF는 하마스가 이동하는 곳을 모두 ‘역동적 표적’으로 삼아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에 대테러 관련 자문을 해온 브라이언 피누케인 국제위기감시그룹 선임고문은 “이제까지의 공격 수행 과정을 볼 때 IDF의 정보력이 얼마나 우수한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WP에 말했다.
수십만명의 민간인이 안전한 곳을 찾아 일주일에 몇 차례나 이동하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불완전한 정보가 민간인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직 국방정보분석관인 마크 갈라스코는 “역동적 표적으로 전환하면 민간인 피해 평가를 성급하게 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예방 조치를 취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IDF가 국제인도법상 전쟁 중에도 공격이 금지돼 있는 병원까지 표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시티 최대 의료기관인 알시파 병원 아래에 하마스 사령부가 숨겨져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IDF는 지난 3일 가자시티 최대 의료기관인 알시파 병원 입구에서 중상자를 이송하던 구급차 행렬을 향해 드론 공습을 퍼부었다. 15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쳤지만 IDF는 “하마스 조직원들이 사용하던 구급차를 식별해 공격했다”며 “민간인을 겨냥한 공격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하레츠는 이날 “가자시티를 포위한 이스라엘군이 48시간 내에 시가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하마스 사령부가 숨어 있다고 알려진 알시파 병원에 대한 군사작전도 고려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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