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서 커지는 ‘전쟁 회의론’…대반격 부진에 정부 신뢰도 74% → 39% 급락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에 대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회의감이 커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6월 본격적인 반격 작전을 시작한 후에도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전선의 교착 상태가 지속되고 서방 동맹국들의 무기 지원이 약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우크라이나 국민들 사이에 신속한 승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가 자신보다 강력한 적을 상대로 싸우는 데 필요한 핵심 요소인 희망이 꺾이고 있다”고 전했다.
키이우 국제사회학연구소가 지난달 13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러시아와 평화 협상을 위해 영토를 양보할 수 있다는 응답은 지난 5월 10%에서 지난달 14%로 소폭 상승했다. NYT는 지난해 2월 러시아 침공 이후 평화를 위해 영토를 일부 양보할 수 있다는 응답이 늘어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정부에 대한 신뢰도도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이 연구소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정부 신뢰도는 우크라이나군이 6월 대반격을 시작하기 직전인 지난 5월 74%였으나 지난달 39%로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반격을 시작한 지 넉 달이 지나도록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사상자가 누적되는 한편 병역 비리가 근절되지 않으면서 전쟁에 대한 우크라이나인들의 불만과 피로감이 커진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서부 투흘랴의 안드리이 트카츠히크 시장은 부유층 자제들이 병역을 회피하는 동안 가난한 집 자식들이 죽고 있다면서 “좌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키이우에서는 실종 장병 가족들이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전쟁 이후 줄곧 최전선에서 복무 중인 장병의 가족들도 키이우를 비롯한 여러 주요 도시에서 거리로 나와 “이제 다른 사람들이 들어갈 때”라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정확한 숫자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미국 정부는 지난해 2월부터 지난 8월까지 18개월 동안 우크라이나군 7만명이 사망하고 최소 10만명이 다친 것으로 보고 있다.
무기 지원이 신속히 이뤄지지 않는 것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서방에 대한 불만도 커졌다고 NYT는 전했다.
유럽연합(EU) 조사에 따르면 ‘서방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이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의 비율은 지난 1년 동안 15%에서 30%로 두 배 증가했다.
최근에는 미국과 EU 당국자들이 우크라이나 정부와 러시아와의 평화협상에 관한 논의를 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현 단계에서의 평화협상은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회복하기 전에는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고 공언해온 우크라이나 정부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5일 NBC 방송과 인터뷰하면서 “우리는 테러리스트와 어떤 대화도 하고 싶지 않다”면서 평화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황과 관련해선 “상황이 어렵다”면서도 “이것을 교착상태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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