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이스라엘, 이집트에 ‘가자지구 피란민 수용’ 물밑 요구”
이스라엘 정부가 이집트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피란민을 수용해달라는 요구를 물밑에서 여러 차례 전달했다는 보도가 5일(현지시간) 나왔다. 하마스와의 전쟁을 구실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가자지구에서 강제 추방한 후 국제법과 오슬로협정 등이 금지하고 있는 점령지 통제권을 얻으려는 꼼수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복수의 정부 고위 관계자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최근 몇주 동안 조용히 가자지구 내 수십만명의 민간인을 이집트로 이송하기 위한 국제사회 지지 구축에 힘을 쏟았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 인사들은 이집트 북부 시나이반도 사막에 난민 캠프를 건설하고, 가자지구 주민 200만명 이상을 임시 수용하자는 뜻을 이집트뿐 아니라 미국 등 외국 정부에 비공개로 전달했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는 이스라엘의 제안이 가자지구 주민들의 영구 이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고, 당사자인 이집트도 유입된 난민들이 사회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이유로 단기 거주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정부는 NYT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지만,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최근 “팔레스타인인의 강제 이주와 이집트 땅으로의 탈출을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은 지난달 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유럽 당국자들과 만나 가자지구 난민들의 이집트 이주 아이디어를 공개하고 이집트 정부에 압력을 넣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나아가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 정보부가 가자지구 주민을 이집트 시나이반도로 이주시키는 계획안 초안을 작성하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가상의 상황을 다룬 일종의 개념 문서”라고 해명했지만, 또다시 비슷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스라엘의 최종 목표가 가자지구 주민들의 영구적인 이주에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강제 추방을 통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통제권을 확보하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 독립국 건설을 골자로 한 ‘두 국가 해법’ 원칙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통치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은 주민들을 가자지구에서 쫓아내는 것뿐이라는 논리다.
실제로 이스라엘 극우 정치인인 아리엘 칼너 리쿠드당 의원은 “지금 우리의 목표는 단 하나, 나크바다”라고 말했다. 나크바는 아랍어로 대재앙이라는 뜻으로, 1948년 5월 이스라엘 건국 선언 이후 삶의 터전을 잃고 쫓겨난 팔레스타인인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표현한 단어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당시 고향을 떠난 약 70만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요르단, 시리아 등을 떠돌고 있다.
이미 대규모 강제 이주의 아픔을 겪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의 제안에 두려움을 드러냈다.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 주민인 아미드 아베드는 NYT 인터뷰에서 “나크바를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다”며 “우리는 집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시 대통령도 “팔레스타인 문제를 군사적 수단이나 주민 강제 이주를 통해 청산하려는 시도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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