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범위 무제한 셀프 확장…언론계 표적 수사에 악용 가능성
“대통령 명예훼손” 특별 수사
‘적법 여부’ 법원서 결론 날 듯
검찰이 직접 수사 범위를 자의적으로 확장해 언론을 대대적으로 수사하고 있다는 논란이 ‘검찰청법 취지에 반하는 대검찰청 예규’ 논란으로 비화하고 있다.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의 돈거래(배임수재·배임증재 혐의)와 경향신문 등의 ‘대검 중수부의 대장동 대출 부실수사 의혹’ 보도는 직접적 관련이 없는데도 검찰이 직접 관련성이 있다며 수사하는 건 위법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터다. 여기에다 대검이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확장할 소지가 있는 예규를 만든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향신문이 6일 확보한 대검 예규 ‘검사의 수사개시에 대한 지침’을 보면 제7조 1항은 ‘범인·범죄사실·증거 중 어느 하나 이상을 공통으로 하는 등 합리적 관련성이 있는 범죄의 경우’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로 보고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개정 검찰청법이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로 명시한 부패·경제범죄, 경찰공무원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소속 공무원이 범한 범죄, 경찰이 송치한 사건과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뿐 아니라 그 외의 범죄도 수사할 수 있도록 터준 것이다.
대검 예규 7조 2항은 형사소송법 제198조 4항의 준수사항을 위반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형사소송법 제198조 4항은 수사기관이 합리적 근거 없이 별개의 사건을 부당하게 수사해서는 안 되고, 별건 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자료로 관련 없는 사건에서 진술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다.
대검은 지난해 8월 법무부가 시행령인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에서 직접 관련성 범위를 제한하는 조항을 삭제한 이후 이 지침 내용을 신설했다. 직접 관련성에 대한 판단기준을 검찰이 자체적으로 만든 것이다. 특정 사건에 대한 검찰의 해석에 따라 직접 수사 범위를 제한 없이 확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검 측은 시행령에서 직접 관련성 조항이 삭제돼 해당 예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직접 관련성에 대한 기준이 없어 해당 예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검찰청법이 직접 관련성의 범위를 시행령에 위임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시행령에 규정할 수 없었고, 대검 예규에서나마 이를 규정한 것은 모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측은 대검 예규뿐 아니라 검찰청법도 함께 검토해 언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6일 “(대검의) 지침에 의거해 직접 관련성을 자의적으로 판단한 게 아니라 상위 규정(검찰청법)에 따라 직접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해 수사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라며 “검찰청법의 취지에도 맞는 수사”라고 했다.
결국 이번 수사의 적법성 여부는 법원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직접 관련성 있는 범죄의 범위에 대해 법원에서 나온 판결은 없다. 검찰 관계자도 “최종적으로 법원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이 명예훼손 피해를 입었다’며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두 달째 수사를 벌이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명예훼손을 형사처벌하는 국가 자체가 드물 뿐 아니라, 최고권력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검찰이 언론사와 기자를 대대적으로 수사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강연주·이혜리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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