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피부색’ 편견 깨고 ‘황금 장갑’ 꼈다
유틸리티 플레이어 부문
한국 메이저리거 첫 영예
각 수비 지표서 최상위권
“꼭 증명해 보이고 싶었죠
한계를 넘을 수 있다는 걸”
김하성(28·샌디에이고)이 메이저리그(MLB)와 아시아 야구에 새 역사를 썼다. ‘인종의 한계’라는 편견을 이겨내고 동양인 내야수로 MLB 최초의 골드글러브 주인공이 됐다.
김하성은 6일 2023시즌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플레이어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2루수와 유격수, 3루수를 오가며 시즌 내내 맹활약한 김하성은 명실상부 올 시즌 가장 수비를 잘한 내야수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첫 골드글러브다. 동시에 아시아 출신 내야수 첫 골드글러브다. 일본 외야수 이치로 스즈키가 10차례 골드글러브를 받았지만, 내야수 수상자는 그간 한 차례도 없었다.
김하성은 에이전시 유튜브를 통해 “기대했던 골드글러브를 받게 돼 진심으로 기쁘다”며 “메이저리그에 한국 야구를 알리게 된 점,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한국 후배들에게 동기 부여가 된 것 같아 가장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하성은 유틸리티 플레이어 부문에서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에서 함께 뛴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과 슈퍼스타 무키 베츠(LA 다저스)를 제쳤다. 본업인 2루수 자리에서도 최종 후보 3인에 올랐지만 니코 호너(시카고 컵스)에게 아쉽게 밀렸다.
MLB 골드글러브 수상자는 각 구단 감독·코치의 투표 결과를 75%, 미국야구연구협회(SABR)가 고안한 수비지수(SABR Defensive Index·SDI)를 25% 반영해 선정한다. 단, 김하성이 상을 받은 유틸리티 부문은 이와 관계없이 SABR이 별도로 개발·책정한 수비 지표로 가린다. 내셔널리그 전천후 수비수들 가운데 ‘객관적 지표’로 따져 김하성이 가장 뛰어난 수비수로 인정받았다는 얘기다.
김하성은 올 시즌 2루수로 856.2이닝, 3루수로 253.1이닝, 유격수로 153.1이닝을 소화했다. 여러 포지션을 오가면서도 각종 수비 지표에서 리그 최상위권에 올랐다. 골드글러브 발표 직후 나온 최종 SDI에서 9.0으로 내셔널리그 전체 9위, 2루수 1위에 랭크됐다. 2루수 골드글러브를 차지한 호너(8.7)와 비교해도 SDI는 오히려 앞섰다.
샌디에이고는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공을 잡아내는 김하성을 수비 핵심으로 두고 전천후로 활용했다. MLB닷컴은 “샌디에이고는 선발투수 성향에 따라 김하성의 포지션을 옮겼다. 좌익수 방면 땅볼이 많은 투수가 나오면 김하성을 3루에 뒀고, 우익수 쪽 땅볼이 많은 날엔 2루에 뒀다”고 적었다.
다름 아닌 ‘미들인필더’(2루수·유격수)로 받은 골드글러브라 의미가 더 각별하다. 그간 MLB에는 동양인 미들인필더는 수비 한계가 뚜렷하다는 편견 아닌 편견이 있었다. 민첩성 등 신체능력에서 떨어지고, 아시아 리그와는 차원이 다른 강한 타구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실상 적지 않은 아시아 출신 내야수들이 수비에서 한계를 보였다. 일본 최고 유격수라던 마쓰이 가즈오, 니시오카 쓰요시 등이 MLB에 진출했지만 수비에선 낮은 평가를 받았다. 2015~2019년 피츠버그에서 활약한 한국의 강정호도 수비보다는 공격이 돋보였다.
김하성이 골드글러브 욕심을 낸 것도 편견을 깨고 한계를 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날 스포츠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은 김하성과 지난 9월 말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김하성은 당시 “아시아 야구계 전체와 어린이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면서 “(골드글러브 수상은) 개인적으로도 큰 성과지만, 아시아 아이들이 내야수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는 면에서 상을 받는다면 더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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