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인종차별 논란…이원욱 “혐오 정치의 부활”

유새슬 기자 2023. 11. 6.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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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인요한 혁신위원장에 “미스터 린튼”
정의당 대변인 “외국인 취급하는 배타적 행위”
나종호 미 예일대 교수 “미국이었으면 퇴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4일 오후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열린 이준석 전 대표, 이언주 전 의원이 진행하는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미스터 린튼’이라고 칭하며 영어로 발언한 것에 대해 인종차별적 행동이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 전 대표는 인 위원장을 배려해 말의 뉘앙스를 제대로 전달하려는 취지였다고 항변했으나 영어로 발언한 것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준석 전 대표의 혐오 정치의 부활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쓰고 “이미 한국인인 분을 우회적으로 모욕하는 이 전 대표의 태도를 갈라치기, 혐오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인 위원장은) 영어보다는 한국어에 익숙한 분이다. 한국이 자신의 고국”이라며 “그런 분에게 의도적으로 영어를 사용하고 호칭을 미스터 린튼으로 하는 것은 인요한 위원장이 여전히 한국인이 아닌 이방인임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적 제스처”라고 했다.

이 의원은 이어 “이 전 대표가 큰 정치인으로 거듭나지 못하는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과 친윤 때문이 아니다. 스스로 혐오를 조장하는 정치, 분열의 정치 때문이다”라며 “그 정치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총선, 대선을 향해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인 위원장에게 신속하고 정중하게 사과하셔야 한다”고 했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혁신위에 대해 비판적 언사를 하는 것이야 개인의 자유라지만 그 태도가 가히 모욕적이었다”며 “한국인이고 한국에서 오래 살았으며 한국어가 이미 능숙한 사람에게 굳이 영어 이름을 써가며 영어로 응대한 것은 노골적으로 상대를 외국인 취급하는 배타적 행위다. 인종이 다르단 이유로 상대의 한국어 능력치를 낮잡아 보는 것이 바로 인종차별적 태도”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서로에게 이견이 있고 특히 인요한 혁신위의 행보에 매우 비판적일지언정 그것이 인종차별적 태도를 합리화할 이유가 될 순 없다”면서 “우리가 정치적 이견을 다루는 방식이 상대를 민주공화국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데까지 나아가서는 안 된다. 노골적인 인종차별적 태도(를) 우리 정치가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금태섭 전 의원이 이끄는 정당인 ‘새로운선택’의 곽대중 대변인은 전날 SNS에 “우리나라는 다민족국가”라며 “어쨌든 국민의 일원이 된 사람에게 공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유독 그 사람에게만 ‘당신 민족의 언어’를 사용했다면 기어이 그렇게 했다면, 일종의 인종차별 아닐까”라고 말했다. 또 “상대가 공용어에 미숙한 사람이라면 예의 차원에서 그랬다고 보겠으되, 공용어에 능숙한 사람에게 그랬다면 저열한 혐오 표현이다. ‘너는 우리 국가의 일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라는”이라며 “헤이트스피치(혐오발언)로 유엔인권위에 제소할 사안 아닐까”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 전원책 변호사는 이날 ‘MBC 뉴스외전’ 인터뷰에서 “자기가 하버드 (대학을) 나와서 영어 잘한다고 자랑하는 일도 아닐 것이고 단순히 인종 차별도 아닐 것”이라며 “이건 인간을 모독한 것이다. 선을 넘어도 너무 넘은 것이다. 근본적으로 인성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나종호 미 예일대 정신의학과 조교수는 이날 SNS에서 “현재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젊은 정치인이 그 정도 인식 수준과 행동을 보인 점에서, 또 그 행동이 잠재적인 이민자들에게 주는 메시지에 대해서 심히 우려가 된다”며 “한 명의 행동이 우리 사회를 대변하지 않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이런 행동은 지속적으로 비판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나 교수는 전날에도 “만약 한국계 미국인 2세에게 한국계라는 이유로 미국의 유력 정치인이 공개석상에서 한국어로 비아냥댔다면, 그날로 퇴출당할 것”이라며 “(이 전 대표는) 정치인으로서 자격 미달이고 공개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4일 부산에서 진행된 토크콘서트에 인 위원장이 깜짝 등장하자 영어로 “내가 환자인가. 진짜 환자는 서울에 있다”며 “당신은 그와 대화를 해봐야 한다. 그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여의도재건축조합’ 방송에서 “모욕주기 위해 영어로 한다는 의도가 있었다면 모든 말을 영어로 했을 것”이라며 “(안 위원장의) 언어 능숙치를 생각해서 이야기했는데 그게 인종차별적 편견이라고 얘기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전남 순천에서 태어난 인 위원장은 대한민국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 국적을 취득한 특별귀화 1호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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