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인 줄 몰랐다”는 이선균…처벌 피할 수 있을까 [법잇슈]

조성민 2023. 11. 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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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 마약 투약 혐의 사실상 인정…범행 고의성은 부인
“인식 못했으면 피해자”…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례
‘3억5000만원 협박’ 과정에서 나눈 대화 중요 증거될 듯
앞서 ‘음성’ 나왔지만…박유천도 걸린 다리털 검사 남아

“유흥주점 여실장에게 속았다…마약인 줄 몰랐다.”

배우 이선균(48) 씨가 경찰 조사에서 평소 알고 지낸 유흥업소 여실장에게 속아 마약인 줄 모르고 투약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향후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혐의를 받는 이씨는 4일 오후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서 받은 2차 소환 조사에서 “유흥업소 실장 A(29·여) 씨에게 속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그는 “A씨가 나를 속이고 무언가를 줬다”며 “마약인 줄 몰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마약 투약 혐의를 인정했지만, 고의성은 전면 부인한 셈이다.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된 배우 이선균씨가 지난 4일 인천 남동구 인천 논현경찰서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모르고 투약했다면 무죄 가능성 있어

다수의 마약사건을 다뤄본 이종혁 변호사(법무법인 한원)는 6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대마·향정 혐의 처벌을 위해서는 행위자의 범의(고의)가 있어야 한다”며 “이는 마약인 줄 알고서 스스로의 의사로 투약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 들어 클럽 등에서 술에 몰래 마약류를 타 정신을 잃게 하는 범죄가 발생하곤 했었는데, 이 경우 복용자는 마약을 인식하지 못하였기에 범행의 피해자일 뿐 마약범죄자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수사기관의 마약 검사는 이선균씨의 마약류 투약 사실 자체 보다도 그 ‘투약 시점’을 밝혀내기 위한 목적이었을 것”이라면서 “만약 협박을 당해 돈을 준 이후 시점에도 투약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이선균씨의 혐의 부인이 쉽지 않아졌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하지만, 마약류 검사 결과가 음성이 나온 이상 투약 여부나 시점은 결국 진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실장 A씨와 이 씨의 진술 중 누구 말이 더 믿을 수 있는지 그 신빙성을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종혁 변호사(법무법인 한원)
이 변호사는 또 “만일 자신도 모르게 마약 투약이나 복용을 당했을 경우 보통 성범죄 등 2차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한 점이 의심된다면 즉시 수사기관에 고소를 하여 피해 사실을 진술하고 마약검사 및 성범죄피해가 있었는지 등을 검사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마약 복용으로 일시적으로나마 신체에 이상이 생겼다면 마약 복용을 시킨자는 특수상해로 의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씨가 모르고 마약을 투약한 것이 확실하다면 무죄가 될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4월 서울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이다. 당시 조직범죄 일당은 불특정 다수 고등학생들에게 정체를 속인 채 마약이 함유된 음료를 마시게하고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경찰청 안동현 마약범죄수사대장은 “마약류가 포함된줄 모르고 복용한 경우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며 학생과 학부모에 적극적인 제보를 당부한 바 있다.
배우 이선균씨 등이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의 한 유흥업소. 유튜브 영상 갈무리
◆협박에 3억5000만원 준 사실…득일까 실일까

이번 사건에 또 다른 한 축은 이씨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협박당했고 3억5000만원을 뜯겼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씨는 변호인을 통해 A씨와 성명 미상의 인물 B씨를 공갈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A씨는 “나와 이씨의 관계를 의심한 B씨로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나도 협박당했다”며 “협박한 인물이 정확히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주장했다.

법조계는 앞으로 양측의 진술이 사건을 판가름할 핵심 증거가 될 것으로 봤다. 이 변호사는 “3억5000만원을 줬다는 점은 이 씨가 협박당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정황이지만, 이것만으로 이 씨의 고의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 상황에서는 A의 협박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협박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그러한 과정에서 이 씨와 A가 나눈 대화가 무엇이었는지가 핵심 증거가 될 것”이라며 “휴대폰 포렌식 결과가 주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지난달 28일 1차 소환 조사 때 압수한 이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해 마약과 관련한 의미 있는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서울 강남 유흥업소에서 일하며 유명인들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유흥업소는 주로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이른바 ‘멤버십(회원제) 룸살롱’이다. 그는 평소 알던 현직 의사로부터 공급받은 마약을 이씨와 가수 지드래곤(35·본명 권지용)에게 전달한 혐의도 받고 있고, 이씨에게는 마약 투약 장소로 자신의 집을 제공하기도 했다. A씨는 마약 투약 등 전과 6범으로 확인됐으며 이번 사건으로 구속되기 전에도 간이 검사에서 많은 양의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나왔다.
지난 2019년 배우 겸 가수 박유천이 경기 수원 남부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결정적 증거될 다리털 검사 남았다

이씨는 최근 소변을 활용한 간이 시약 검사에 이어 모발 등을 채취해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 검사 결과 최소 8~10개월 마약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다만 경찰은 아직 다리털 정밀검사 결과가 남은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리털 검사는 염색과 탈색 등의 영향을 받는 모발보다 더 오랜 기간의 마약 투약 여부를 알 수 있다.

다리털 검사에서 다시 음성이 나오면 상습 투약 가능성 등이 배제돼 마약인 줄 모르고 투약했다는 이씨의 주장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성이 나온다면 ‘결정적 증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지난 2019년 가수 겸 배우 박유천도 소변과 모발 정밀검사 결과 음성 반응이 나왔지만, 다리털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와 혐의가 입증됐다. 

경찰은 “A씨에게 속았다”는 이씨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를 추가로 확인할 계획이다. 경찰은 2차 조사에서 확보한 이씨의 다른 진술을 토대로 보강 수사를 한 뒤 조만간 이씨에게 3차 출석 요구를 할 예정이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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