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22시간씩 25년 비행기 탄 승무원, '우주방사선 위암' 첫 산재 인정

남보라 2023. 11. 6. 21: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5년 동안 항공 승무원으로 일하다 위암으로 사망한 50대가 우주방사선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처음으로 인정받았다.

대한항공은 "승무원 누적 피폭 방사선량이 (안전기준인) 연간 6밀리시버트(mSv)를 초과하지 않도록 관리했다"며 "신청인 상병(위암)과 우주방사선의 상관관계는 밝혀진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5년 일한 50대 남성 승무원
근로복지공단 산업재해 인정
연간 6mSv 이하 방사선 노출
위암 판정 후 한 달 만에 사망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계류장에 대한항공 여객기가 주기돼 있다. 영종도=하상윤 기자

25년 동안 항공 승무원으로 일하다 위암으로 사망한 50대가 우주방사선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처음으로 인정받았다. 그동안 승무원의 우주방사선 산재는 백혈병 등 혈액암에 국한됐었다.

6일 근로복지공단 등에 따르면 서울남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지난달 6일 대한항공에서 객실 승무원으로 일했던 고(故) 송모(53)씨의 위암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위원회는 “고인의 누적 노출 방사선량이 측정된 것보다 많을 수 있고, 장거리 노선의 특성상 불규칙한 시간에 식생활을 하는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신청인의 상병과 업무의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정했다.

1995~2021년 승무원으로 일한 송씨의 연평균 비행시간은 약 1,022시간으로 그중 절반(49%)은 미주·유럽으로 장시간 비행을 했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미주·유럽 노선은 단기 노선보다 우주방사선 노출량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씨는 2021년 4월 위암 4기를 진단받고 다음 달 사망했다.

대한항공은 "승무원 누적 피폭 방사선량이 (안전기준인) 연간 6밀리시버트(mSv)를 초과하지 않도록 관리했다"며 "신청인 상병(위암)과 우주방사선의 상관관계는 밝혀진 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단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사위원들은 대한항공이 사용하는 측정법(CARI-6M)에 따른 누적 방사선량이 과소 측정됐을 수 있으며, 연간 6mSv 이하의 저량 방사선 노출도 암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또 고인이 장거리 비행으로 불규칙한 식생활을 한 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검사 결과가 음성이었고 음주·흡연력이 없었던 점, 위암이 상대적으로 이른 나이에 발병한 점도 고려했다.

우주방사선은 일상생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비행기를 타고 먼 거리를 이동할 때처럼 높은 고도에서 오래 머무를 때는 영향이 커지기 때문에 항공 승무원의 우주방사선 피폭을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