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춘 칼럼] 윤석열과 신방복합체 '총선 돌입'
[미디어오늘 손석춘 철학자·「우주철학서설」 저자]
일찌감치 총선 강풍이 불고 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위기를 느낀 윤석열 정권의 색다른 승부수다. 갑자기 세브란스 의사가 나타나 '전라도 사람'이라며 집권당 '혁신'에 나섰다. 더 색다른 모습은 윤석열의 표변이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1주기를 맞은 그는 “지난해 오늘은 제가 살면서 가장 큰 슬픔을 가진 날”이라고 언죽번죽 말했다.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과 함께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도 했다.
그런데 그 '깊은 위로'를 한 곳은 유족들 앞이 아니다. 뜬금없이 성북구의 교회를 찾아 '추도예배'를 한다며 내놓은 말이다. 유족들은 정작 다른 곳에서 1주기를 열었다. 사전에 대통령을 초청했지만 유족들의 추모대회가 정치적이라나. 대통령과 여야 정당이 함께 추모하면 전혀 정치적일 수 없음에도 그렇게 매도한 언행이야말로 정략적이다. 더구나 “살면서 가장 큰 슬픔”이다? 유족들을 만나 한을 풀어줄 섟에 되레 측근인 행안부 장관만 감싸온 그의 수상쩍은 슬픔에 희생자 가족들은 능욕감이 들지 않았을까.
그의 “가장 기쁜 날”도 괴상하다. 국회 상임위원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많은 얘기를 하게 돼서 취임 이후로 가장 기쁜 날”이라고 말했다. 대다수 언론이 보도했듯이 그 기쁨이 “취임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야당과 소통이 시작”(채널A)되었기에 그렇다면 참으로 궁금하지 않은가. 왜 그 기쁨을 여태 마다해왔을까. 야당이 소통을 거부했던가. 대선에서 0.7% 차이의 경쟁자이자 제1야당 대표를 검찰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내내 소환하며 수사해오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수구적인 신방복합체들은 권력의 수상한 슬픔과 괴상한 기쁨에 맞장구친다. 아니, 단순한 찬양이 아니다. 중앙일보는 1면에 “여의도 간 대통령, 먼저 숙였다”는 큼직한 제목과 사진을 편집했다. 윤석열이 고개 숙여 인사하는데 이재명은 뻣뻣하다. 하지만 그 사진은 윤석열이 본회의장을 떠나기 전에 국회의원들에게 인사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마치 옆에 서있는 이재명에게 고개 숙인 듯 각도가 잡혔다. 조선일보 뺨치는 왜곡이다. 물론 조선도 1면에 “부탁드립니다, 먼저 손 내민 윤”을 요란스레 부각했다. 저들의 보도에서 윤석열에 줄기차게 소통을 촉구하고 만남을 요청해온 야당은 없다.
윤석열과 신방복합체들을 새삼 수구세력으로 단언하는 까닭은 저들이 전임 대통령과 민주당에 공산주의자와 좌파 딱지를 붙인 색깔몰이에 아무런 자성이 없어서다. 색다른 표변을 꾀한 윤석열의 실체가 되레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총장 시절에 대검 부장검사들에게 “(내가) 만일 육사에 갔으면 쿠데타를 했을 것이다. 쿠데타는 검찰로 치자면 부장검사인 당시 김종필 중령이 한 것이다”고 말했단다. 당시 대검 감찰부장의 증언이다. 조선일보 사주를 만났는데 반공정신이 아주 투철하다고 '찬양'하며 “검찰의 역사는 '빨갱이 색출의 역사'라고도 했다나.
수구언론이 전폭 지지해주어서일까. 그 대변자 윤석열은 '민생'을 내걸고 '중대재해처벌법'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완화를 버젓이 들먹인다. 수구언론도 그것을 민생정책의 하나로 받아쓴다.
윤석열과 수구언론의 행태는 총선에서 무조건 이기고 보자는 깜냥이다. 대선 때 국민의 상머슴을 약속한 그가 친일 행보를 비롯해 여론을 무시하더니 돌연 “국민은 무조건 옳다”고 부르대는 풍경은 총선이 다가왔음을 실감케 한다. 문제는 그 수상과 괴상의 밑절미다. 국민을 무엇으로 여기면 그런 언행이 나오겠는가. '윤석열이 먼저 고개 숙이며 달라졌다'는 신방복합체들의 작심한 보도들이 영향을 끼쳤을까. 그의 지지율이 높아졌다는 일부 여론조사는 스산하다. 정말이지 저들이 대선에 이어 국회마저 장악할 때, 대한민국은 어디로 갈까. 수구적 신방복합체와 검찰이 총선에 어떻게 나설지 불을 보듯 환하기에 우려는 더욱 커진다. 민주당과 진보정당들이 자기혁신에 소홀하면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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