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저녁밥 탕후루보다 싸다…충북대 ‘2000원 저녁 학식’
유산슬 덮밥 등 양질 식단…내년엔 1학기부터 확대 진행
6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충북대학교 제1학생회관. 저녁 시간이 시작되는 오후 5시가 가까워지자 이곳 1층에 자리 잡은 한빛식당에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식당 키오스크 3곳에는 저녁 시간에 맞춰 판매되는 식권을 구매하기 위한 긴 줄이 만들어졌다.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줄은 금세 식당 밖까지 이어졌다.
이날 저녁 메뉴는 유산슬 덮밥으로 배추김치와 유부된장국, 춘권튀김이 반찬으로 함께 제공됐다. 학생들이 저녁밥을 먹기 위해 내는 금액은 단돈 ‘2000원’이다. 이 학교 3학년인 박모씨(24)는 “아르바이트를 가기 전 저녁을 해결하려 왔다”며 “처음 먹어봤는데 학교 밖에서 먹는 밥보다 맛있고 가격도 저렴하다. 2000원치고 꽤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충북대 학생들이 저렴한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이유는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2000원의 저녁밥 사업’ 덕분이다. 지난달 23일 시작된 이 사업은 당초 4900원이었던 저녁 밥값 중 2900원을 학교가 대신 내주는 것이다.
학생들은 매주 월~금요일 오후 5시~오후 6시40분 한빛식당을 찾아 2000원을 내면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다. 다만 하루 300명만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학교 측은 학생들 입맛에 맞춰 덮밥과 쌀국수, 돈가스나베 등 다양한 요리와 반찬으로 식사를 제공한다.
이지숙 충북대 학생과 팀장은 “사업 시행에 앞서 평일 평균 식사인원을 조사해보니 300명 정도였다”며 “이 인원을 기준으로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고 했다. 충북대는 이 사업을 위해 4300만원 예산 계획을 세웠다. 이번 학기가 끝나는 내달 21일까지 진행된다.
대학이 저렴한 금액으로 저녁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서울대에 이어 충북대가 두번째다. 서울대는 2015년 1000원 아침을 시작한 데 이어 이듬해 1000원 저녁, 2018년부터는 1000원 점심을 선보이고 있다.
학생들이 충북대 인근 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하려면 6000~9000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고 충북대는 설명했다.
이 팀장은 “앞서 지난 5월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지자체 등의 지원을 받아 1000원 아침밥을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았다”며 “학생들의 저녁값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별도 예산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 반응도 좋다. 중간고사 기간이었던 지난달 23~26일 1시간 만에 당초 예상인원인 300명을 모두 채웠다. 전자공학과 4학년인 A씨(25)는 “지난해 8월부터 자취를 시작해 월세와 식비 부담이 컸다. ‘2000원의 저녁밥 사업’으로 여유가 생겼다”며 “사업이 계속 이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충북대는 내년에도 사업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규모 확대도 검토 중이다. 이 팀장은 “내년에는 1억원 정도 예산을 세워 1학기부터 진행할 예정”이라며 “예산이 허락된다면 식사 제공인원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사진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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