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비욘드 유토피아’
탈북민을 구출해 온 갈렙선교회 김성은 목사의 목엔 철심이 6개 박혀 있다. 2000년대 후반 탈북민을 돕기 위해 북·중 국경에 갔다가 두만강 빙판에서 넘어졌다. 9시간 수술을 받은 그는 무거운 것을 들지 못한다. 그런 그가 초인적 힘을 발휘한 적이 있다. 2009년 중국발 밀항선을 타고 온 탈북 여성이 서해 한복판에서 김 목사가 탄 배로 옮겨 타는 순간 큰 파도가 쳤다. 그녀가 바다에 빠지려 할 때 두 손을 잡아 번쩍 들어서 살려냈다. 이 장면은 다큐멘터리 ‘천국의 국경을 넘다’에 담겨 많은 사람을 감동시켰다.
▶김 목사가 지금까지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탈북민은 약 1000명. ‘천국의 국경을 넘다’에 이어 그의 탈북민 구출 과정이 생생하게 담긴 ‘비욘드 유토피아(Beyond Utopia·유토피아를 넘어서)’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북한이라는 가짜 유토피아를 탈출하는 사람들 얘기다. 올해 선댄스영화제 관객상, 우드스톡영화제 베스트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미 전역 600여 곳에서도 개봉됐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석좌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 영화를 본다면 전 세계에서 북한과 관련한 대화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비욘드 유토피아의 미국인 제작자 3명 중 수미 테리 박사는 한국계다. 초등학생 때 이민 간 그는 CIA 한반도 정보 분석가가 됐다. 부시 정부에선 ‘대통령 일일 브리핑’에 보고가 가장 많이 반영되는 분석관으로, 오바마 정권 출범 후엔 NSC의 한국·일본·대양주 담당 국장으로 일하며 북한 문제를 고민했다. 영화 프로듀서인 아들 친구의 어머니와 “북한의 실상을 알리기 위한 다큐가 필요하다”고 의기 투합, 제작에 나섰다.
▶부산영화제는 지난달 이 영화를 초청 상영하며 “올해 모든 다큐 중 가장 통렬하고 충격적”이라고 평가했다. 외교부는 6일 김 목사, 테리 박사를 초청한 가운데 박진 장관과 직원들이 이 다큐를 단체 관람했다. ‘사람이 먼저다’ 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으면서도 북한 인권에 대해선 철저히 외면했던 전 정부 때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탈북민을 다룬 영화 ‘크로싱’에서 북에 두고 온 아들을 찾기 위해 애쓰는 아버지로 나오는 배우 차인표씨는 “비참한 사정에 처해 울고 있는 (북한) 사람들을 위해 함께 울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북한 실상과 탈북민들의 비참한 처지는 알수록 충격적이다. 이들을 돕는 것은 민족을 떠나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의무다. 하지만 ‘비욘드 유토피아’는 아직 국내 영화관 개봉 소식이 없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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