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자치정부, '가자 예산' 제외하자 이스라엘 징세액 수령 거부

이스라엘이 대신 서안지구 세금 거둬 팔 정부에 전달
팔 정부, 라이벌인 하마스의 가자 지구에 30%씩 교부해와

[가자지구=AP/뉴시스] 5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가자지구에서 건물들이 불에 타며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3.11.06.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서안 지구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스라엘이 매달 대신 거둬서 주고 있는 서안 지구 세금징수액과 관련해 이달에 이스라엘이 '가자 행정비용'으로 가자에 내려보낼 액수를 제외하고 일부만 주려고 하자 아예 한푼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300만 명에 가까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살고 있는 요르단강 서안 지구는 1967년 전쟁 후 이스라엘 '점령지'로서 이스라엘의 철저한 안보 감시 속에 놓여 있다. 팔 자치정부가 1993년 오슬로 평화협정에 따라 행정적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는데 팔 주민들로부터 세금을 걷는 징세 업무는 이스라엘이 대신한다.

이스라엘은 세율이나 세액 등 조세 정책에는 관여하지 않고 또 주민 납세금 일부을 떼어가지도 않아 순수한 세금걷기의 징세 업무만 대행하고 있다. 그러나 징세액을 자치정부에 전달하면서 점령 국가로서 여러 권한을 행사한다.

현 서안 자치정부를 움직이고 있는 아바스 수반의 파타당은 가자 지구 선거에 하마스에게 패배한 뒤 다음해인 2007년 무력으로 가자지구에서 쫓겨나 가자에 행정력을 펴지 못하고 하마스가 완전 통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팔 자치정부는 주민 세금과 해외 지원 등으로 마련한 정부 예산의 30% 정도를 꼬박꼬박 하마스 통치의 가자 지구에 내려보내고 있다. 세수 부족으로 복지 지출은 생각하기 어렵고 모두 행정 비용이다. 가자 지구는 실업률이 50%가 넘고 주민의 85%가 국제구호에 의존하고 있다.

팔 자치정부의 정기적인 교부금에 주목하면 가자의 여러 행정 부서가 하마스에 100퍼센트 휘둘린다고 말하기 어렵다. 최근 가자 보건부의 보복공습 사망 및 부상자 일일 발표와 관련해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믿을 수 없다고 일갈했지만 이 보건부 직원들이 모두 하마스 추종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독립성 측면에서 강조되었다.

이날 이스라엘의 부분적 징세금 수령을 거부한 자치정부의 모하마드 쉬타예 총리는 "가자에 들어간다는 이유로 징세금의 30% 정도를 주지 않고 일부만 전달하려는 이스라엘의 나쁜 행위가 알려져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징세금 전액이 어서 빨리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징세금의 30%가 가자로 교부되면 즉시 하마스의 전쟁 비용으로 전용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앞서 전쟁 개시와 함께 이스라엘은 하루 450대 트럭분의 국제구호 물자가 들어오던 가자 지구에 14일 동안 단 한 대의 트럭도 못 들어오고 막았다.

가자 지구 230만 주민들의 인도주의 위기와 참혹함이 알려지면서 국제 사회의 비난이 거세지자 이스라엘은 지난달 21일부터 구호물자 트럭의 가자 진입을 하루 20~70대 분량으로 허용했다.

그러나 식품, 식수와 달리 연료는 하마스가 비축해 놓은 것을 써야 한다면서 일절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다. 연료가 들어오면 결국 하마스 군사용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kjy@newsis.com